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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급식판 차별’ 논란…지역·유형별로 한 끼당 1700원대∼6000원대

입력 : 2019-12-22 09:35:19 수정 : 2019-12-22 09: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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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에서 5살, 6살 아이를 키우는 김모(38)씨는 올해 초 둘째 아이의 어린이집을 공립으로 옮겼다. 2017년 아이의 예방접종을 위해 우연히 어린이집을 방문했다가 급식 현장을 목격한 게 계기였다. 김씨는 “당시 급식으로 나온 카레에 덩어리가 없었고 반찬도 김치 두 조각에 작은 우유팩이 전부였다”며 “이후 어린이집에 급·간식비를 공개해달라고 했으나 끝내 공개하지 않아 불신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결국 그는 3년을 기다려 경쟁률이 높은 인근 공립 어린이집으로 아이를 전학시켰다.

 

#2. 서울에서 4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김모(34)씨는 급식 때문에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공개한 1일 평균 급식비가 1745원밖에 안됐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가 식품알레르기로 아토피까지 겪은 적이 있어 김씨는 어린이집의 식단표에 예민했다. 김씨는 “부모들이 급식판을 볼 수 있게 어린이집에서 ‘키즈노트’를 공유하는데 식단을 보면 반조리 식품, 인스턴트가 있는 경우가 있었다”며 “낮은 비용으로 질 좋은 급식이 나올 거 같지 않아 고민이 많다”고 걱정했다. 김씨는 친환경식재료를 쓴다는 인근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싶으나 경쟁이 매우 세서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 지역별, 유형별로 천차만별인 어린이집 급·간식비

 

엄마들에게 자라나는 아이들이 먹는 급식은 어린이집을 고를 때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린이집마다 급·간식비 격차가 크기 때문에 조건이 좋은 어린이집의 경우 학부모들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엄마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어린이집 식단 수준을 묻는 글들이 수시로 올라오고 일부 학부모 단체는 공공기관 어린이집과 국공립 어린이집의 급식 수준을 비교하며 ‘흙식판’, ‘금식판’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어린이집 급·간식(1급식·2간식) 비용은 지역, 유형별로 천차만별이다. 올해  정부가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급식사업비는 한 끼당 영아(0~2세) 기준 1745원, 유아(3~5세) 기준 2000원이다. 정부의 급식사업비는 22년째 동결되다 최근 부실 논란이 불거지자 이번 국회에서 109억원의 예산이 증액돼 2020년 영아 급·간식비(이하 급식비) 지원금이 한 끼 1900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여기에 지자체별로 재정형편에 따라 관내 어린이집에 추가 지원하는 급식비 규모가 다르고 직장어린이집의 경우는 고용기금에서 추가지원금이 나와 급식비 차이가 나는 것이다. 

 

어린이집 급식비 추가 지원이 없는 지자체에 위치한 일반 어린이집의 경우 여전히 정부지원 급식사업비에만 의존하는 형편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이 지난 10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234개 지자체 중 경기 용인, 경북 청도, 경북 고령, 부산 서구 등 75개 지자체가 어린이집 급·간식비의 추가 지원금이 없었다. 같은 당 남인순 의원실이 공개한 ‘전국 지자체 어린이집 급·간식비 지원제도 현황’에 따르면 지자체의 추가 지원금은 서울 강남구의 2600원이 가장 높았고 충북 괴산(1190원), 대전광역시(755원), 경기 하남(750원) 순으로 높았다.

 

◆ 시민단체 “서울시청 어린이집 한 끼당 6391원”…서울시 “초등학교 방과후반 급식비 더해진 것, 실제는 5800원 수준”

 

일부 시민단체는 정부가 영아 급간식비 지원금을 소폭 인상했지만 여전히 ‘흙식판’, ‘금식판’으로 갈리는 현실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에 따르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 어린이집의 급·간식비를 조사한 결과 한 끼당 급간식비가 서울시청 어린이집 6391원, 국회 어린이집 3800원, 청와대 어린이집 3800원, 보건복지부 어린이집 3862원, 기획재정부 어린이집 3300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는 지난 10일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이런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일반 국공립 어린이집 급·간식비와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데) 다른 (어린이집) 아이들한테는 1900원이면 충분하다고 누가 말해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체가 주장한 한 끼 6391원은 서울시청 직장어린이집이 운영하는 초등학교 방과후반의 급식비가 더해진 결과”라며 “실제는 한 끼 5700~5800원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단체의 ‘금식판’ 지적에 대해서도 “시청에서 시 예산으로 위탁해 운영하는 ‘직장어린이집’이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업무상)기본 오후 7시가 넘어 아이들이 퇴원한다”며 “여기는 일반 어린이집과 달리 오후 간식을 급식에 준하는 식으로 주고 있어 상대적으로 (급·간식비가)높게 책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어린이집 관계자도 “국회에 설치된 어린이집은 국공립 어린이집이 아니라 국회운영예산으로 운영하는 국회 직원들의 직장어린이집”이라며 “지자체에 지원을 받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다른 측면이 있고 사실 급·간식비 3800원도 빠듯한 상황이다”고 했다.

 

◆ 복지부 “표준보육비 기준에 맞는 급·간식비 논의 중”

 

복지부는 지난 2월 육아정책연구소의 ‘표준보육비용산정’에 따라 내년 어린이집 급·간식비의 최소기준이 되는 복지부 고시를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육아정책연구소는 한국인의 영양섭취기준을 고려해 영유아별 표준식단을 작성하고, 해당 식단에 필요한 식재료 가격 단가를 조사해 한 끼 평균 급간식비를 산출했다. 그 결과 영아 기준 1805원, 유아 기준 2559원의 급·간식비 표준보육비용 기준이 나왔다.

 

국회 예산안이 통과하면서 내년 영아 급간식비가 표준보육비용(1805원)을 상회하는 1900원으로 올랐고, 복지부는 유아 기준 급·간식비도 표준보육비용 기준으로 고시하기 위해 현재 논의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유아 급·간식비에 대한 정확한 금액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며 논의를 통해 내년 1월에서 3월 사이 고시가 바뀔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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