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후배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검사장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안 전 검사장에 대한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지난 2018년 국내에 ‘미투(MeToo)’ 운동이 촉발되기도 했다. 원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안 전 검사장은 대법원의 판단으로 실형 확정 위기를 벗어났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9일 안 전 검사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안 전 검사장이 인사 담당 검사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에 대한 전보 인사는 검찰청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한 것으로서 법령에서 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야 한다”면서도 “인사권자는 법령의 제한을 벗어나지 않는 한 여러 사정을 참작해 전보 인사의 내용을 결정할 필요가 있고, 이를 결정함에 있어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안 전 검사장이 여주지청에서 근무하고 있던 서지현 검사를 통영지청으로 다시 전보한 것만으로는 인사 제도의 본질이나 인사 원칙에 반(反)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사권자의 지시나 위임에 따라 인사안을 작성하는 실무 담당자는 인사 대상자 전원에 대해 여러 기준 또는 고려 사항을 종합, 인사안을 작성할 재량이 있다”며 “그 과정에 각 기준 또는 고려 사항을 모두 충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재량 범위 내에서 우열을 판단, 적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무죄 취지로 다시 재판하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안 전 검사장은 지난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서 검사를 성추행하고, 2015년 8월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안 전 검사장은 당시 검찰 인사 등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인사권을 남용해 서 검사가 수십 건의 사무감사를 받거나 통영지청으로 발령 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다만 성추행과 부당 사무감사 의혹은 혐의에서 제외됐다. 성추행 혐의는 당시 친고죄가 적용돼 고소 기간이 지나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심은 “성추행 비리를 덮기 위해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지위에 있음을 이용해서 피해자에게 부당한 인사상의 불이익을 줬다”며 “국민의 믿음과 검찰 구성원의 기대를 저버리는 결과가 초래됐다”며 징역 2년을 선고, 안 전 검사장을 법정구속했다. 이에 안 전 검사장은 항소했지만, 2심도 “안 전 검사장에 대한 엄벌은 불가피하다”며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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