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국회의원총선거 출마를 밝힌 강태웅 전 서울시행정1부시장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6일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강 전 부시장이 사직서가 결재되기 전 공무원 신분인 상태에서 사실상 출마선언을 하고 서울시가 관련자료를 배포한 것 등과 관련해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전날 서울시 언론담당 부서를 통해 배포한 ‘사퇴의 변’에서 “용산공원 조성을 비롯해 낙후 주거, 미래 산업 거점 조성 등 용산의 다양한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 잠재력을 발굴해 가기 위해 서울과 용산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이 나서 달라는 당 안팎의 제안을 받았다”며 출마계획을 밝혔다. 또 “용산은 유년, 학창시절 저를 키워준 저의 뿌리이자 원점”이라고 덧붙였다.
현직 공무원이 출마를 위해 사퇴하는 경우, 조직을 떠나면서 사퇴의 변을 밝히는 경우는 있으나 정당에 대한 언급, 출마 예정 지역구, 지역 연고, 지역 비전 등을 밝히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통상 공무원 신분이 정리되고 난 뒤,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정당가입, 공약, 비전 등을 담은 출마선언문을 공개한다. 또 이해충돌 가능성이나 공무원윤리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사퇴시한(선거 90일 전)보다 수개월 여유를 두고 미리 사퇴하곤 한다. 영입인사로 공식 소개되지 않은 인사가 “당의 제안을 받았다”고 밝힌 점 역시 이례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이임식에 참석해 “곧 크게 웃을 날이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은 중립 의무 등을 위반한 채 선거운동을 하거나,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다.
강 전 부시장은 이날 오전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의 공식 제안을 받은 것인지 묻는 질문에 “영입위원이 누구인지 모르고 아는 지인이었다”며 “공천에 관여되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 밖에서도 주변에서도 출마가 어떻겠느냐고 했고 지난해 말에도 구청장을 해보라는 제안도 있었다”라며 “아직 (서울시의 사직) 결재가 나지 않았고, 여러번 상의 드리고 그만두게 됐다”고 덧붙였다. 강 부시장은 이날 오후 이임식을 가졌다.
그는 또 이해찬 당 대표와의 인연과 관련 “그분과 만나본 적도 없고, 그런 기사들이 나오기에 언제 그런 말을 했느냐고 기사를 수정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 부시장이 출마 결심이 급박하게 이뤄지면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점들을 미처 인지하기 힘들었다는 취지로 해명해왔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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