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중도·보수의 통합을 추진해온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가 활동 보름여만에 자유한국당·새로운보수당·미래를향한 전진 4.0(전진당)과 노동계, 범보수 시민단체, 청년단체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국민 보고대회를 31일 개최한다. 사실상 중도·보수 통합 신당의 창당준비위원회 성격의 보고회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제외한 중통합의 울타리가 만들어졌다. 다만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각자 공천관리위원회를 운영 중인 상황에서 통합신당이 통합의 명분을 참여 인사들이 공천의 실리를 모두 얻을 수 있을지가 향후 걸림돌로 예상된다.
◆중통합 열차 출발…“안철수·김문수·전광훈 참여해야”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심의 절대 요구인 ‘통합열차’가 출발한다. 목표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다.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큰 틀에서 통합해 폭정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합 와중에 자신의 지분을 챙기겠다는 이기심으로 통합열차를 늦춰선 안 된다”며 “작은 생각 차이로 분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신당을 창당을 선언한 안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경기지사, 전광훈 목사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심 원내대표는 이어 “안 전 대표도, 김 전 지사도, 전 목사도 통합에 합류해야 한다”며 “누구든 독자노선으로 살아남을 수 없는 게 엄연한 정치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한국당은 전날 의원총회를 열어 보수통합의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통합 방식을 놓고는 이견을 드러냈다. 황교안 대표는 “안 전 대표와의 통합은 어려워 보인다”며 안 전 대표를 제외한 중통합이 현실적이라며 이를 위한 의원들의 희생과 참여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신당 창당의 물리적인 어려움을 지적하며 한국당을 중심으로 중도·보수세력을 합쳐 당을 리빌딩하는 방안도 주장했다.
◆새보수당, ”유승민, 비례대표 공관위원장 맡아달라”
중도·보수 세력의 통합신당 논의가 한 걸음 내디뎠지만 새보수당은 이날 공관위 추진을 서두르며 독자노선의 여지를 놓지 않았다. 이혜훈 총선기획단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대표단 회의에서 “공관위는 다음달 10일부터 14일까지 지역구후보자 공모를 시작으로 20∼24일에는 지역구별 단수추천 후보자 심사를 완료할 것”이라며 “가능한 3월 초에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발족할 수 있도록 차질없는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새보수당은 또 유승민 의원에게 비례대표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의결했다. 유 의원은 다만 “지금 상태에서 바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공관위원장으로 모실 더 좋은 분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통합의 대의명분 속 실리인 ‘공천’ 황금분할 묘수 있을까
혁통위에 참여하는 중도·보수세력이 ‘반문(反文)’과 총선 승리 위한 통합의 대의명분에는 공감했지만 통합 이후 ‘공천’이라는 암초를 넘기까지는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박형준 혁통위 위원장은 세계일보와 만나 지난 10차례의 공식·비공식 회의에서 “(참여하는 정당·세력에 대해)공천 지분 약속은 없었다. 모든 것은 통합 이후에 새롭게 논의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의 공관위가 다음달 초 현역 평가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중순에는 컷오프(공천배제) 명단을 발표한 예정인 가운데 새보수당의 공관위도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두 정당의 공천 논의를 어떻게 통합신당에서 녹여 낼지가 당장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황 대표와 유 의원의 만남에서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양당 간 비공개 협의가 한창 진행 중”이라며 “비공개 협의가 어느 정도 드러나면 그때 만날 것이다. 만약 만난다면 다음주 중에는 만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만나서 여러 가지 뜻을 한번 확인해보겠다고 할 때 만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관리위원장을 수락한다면 한국당이 비례대표 정당으로 추진하는 ‘미래한국당’을 통한 공천 황금분할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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