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의 주요 변수인 보수 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지부진하던 통합 논의에 추동력을 제공한 것은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의 결단이었다. 유 의원이 9일 총선 독자행보 구상을 접고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쪽으로 결단하면서 보수 통합의 중대 걸림돌이 해소됐다.
범중도보수 진영이 참여하는 통합신당준비위원회(통준위)는 “통합의 큰 관문을 넘었다”며 환영했다. 박형준 통합신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 의원의 발표는 매우 고맙고 중대한 결단이다. 통합의 큰 관문을 넘는 결정”이라며 “유 의원이 강조한 개혁보수는 우리의 기본 입장과 똑같다. 잘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혁신공천으로 유 의원의 결단에 화답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는 신설합당 방식으로 한국당·새보수당·미래를 향한 전진 4.0(전진당)과 시민사회 단체를 포괄하는 범중도보수 신당 창당을 추진해왔다. 새보수당은 통합 방식을 놓고 한국당과 당대당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통준위 참여를 미뤄왔다. 유 의원의 이날 선언으로 새보수당 정병국 의원이 공동위원장 자격으로 10일부터 통준위에 공식 참가한다. 한국당은 오는 13일 전국상임위원회를 열어 신설 합당을 위한 합당 결의를 추진한다. 각 정당이 합당 결의를 마치면 통준위는 정당법에 따른 수임 기구를 만들어 당헌·당규와 당명 등을 결정해 오는 20일까지 범중도보수 신당을 창당한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 선언에 이어 새보수당 유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한국당 내 인적 쇄신 작업도 한층 탄력받게 됐다.
통준위는 물리적인 시간과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논의 과정을 고려해 한국당 공관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통합신당의 공천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국당은 신당 창당 전 컷오프(공천배제)를 마무리해 유 의원과 보수진영 유권자들이 강조해온 공천혁신을 인적 쇄신으로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공관위는 지난주 마무리한 컷오프용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컷오프 명단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 공동위원장은 통합 논의에 관건이 되는 공천 작업에 대해 “공천 확정이 다소 늦어지는 불편함은 있지만 (컷오프로) 한국당이 통합의 의미를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의 대표급 인사들에 대한 험지 출마 요구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7일 종로 출마를 선언하며 “내가 먼저 죽어야 우리가 살 수 있다. 다른 중진의원들도 생각이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압박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이날 오전 경남으로 내려가 밀양·의령·함안·창녕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표를 만나 서울 강북의 험지 출마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 뜻을 밝힌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만나 험지 출마를 설득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를 효수(梟首: 목을 베어 높은 곳에 매달아 놓음)하기 위한 절차라고 해도 김 의장의 오늘 밀양 선거 사무실 방문은 감사했다”며 “부디 공천혁신을 통해 한국당이 부활을 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종로 출마 의사를 밝혀왔던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공관위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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