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비판 칼럼을 경향신문에 기고했다가 칼럼 편집 담당자와 함께 민주당으로부터 고발당한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가 “한국 민주주의의 수준이 슬프다”며 다가오는 총선에서 민주당의 패배를 바란다고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임 교수는 13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며칠 전 경향 ‘민주당만 빼고’ 칼럼이 선거 기사 심의 대상에 올랐다는 소식에 이어, 오늘은 민주당이 나와 경향신문을 검찰에 고발했다는 소식이 날아왔다”고 운을 뗐다.
임 교수는 지난달 말 경향신문에 “깊어진 정치 혐오의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등의 의견이 포함된 칼럼을 냈다가, 민주당을 빼고 찍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이유와 경향신문은 이 같은 칼럼을 그대로 실었다는 이유에서 각각 민주당에 고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교수는 이와 관련해 “선거는 개개 후보의 당락을 넘어 크게는 정권과 정당에 대한 심판”이라며 “선거기간이 아니더라도 국민은 정권과 특정 정당을 심판하자고 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선거의 이름을 빌리더라도 마찬가지다”라고 ‘목소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임 교수는 아울러 “총선승리는 촛불혁명 완성”이라던 양정철 민주연구장의 지난해 발언과, “개헌저지선이 무너지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열린우리당의 압도적 지지를 당부했던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말을 언급하며 민주당에 맞섰다. 민주당만 빼고 찍자는 자신의 발언이 이들과 무엇이 다르냐며, 당선운동이 아닌 ‘낙선운동’이어서 자기를 고발했냐는 반문으로 풀이된다.
임 교수는 1994년 공직선거법이 제정된 이유는 입은 풀고 돈은 막는다는 취지였다면서, 특정 후보의 당락이 아닌 특정 정당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법 위반은 성립할 수 없다고 민주당의 대응이 얼토당토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법 58조 ‘선거운동’의 정의는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는 행위로 후보자의 특정 여부를 요건으로 삼는다”고 했다.
임 교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언급하듯 “전직 판사가 얼마 전까지 대표로 있던 정당이 이런 유명한 판례를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 왜 고발했을까”라며 자신을 위축시키거나 번거롭게 하려는 목적이었다면 성공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살이 살짝 떨리고 귀찮은 일들이 생길까봐 걱정되지만, 그보다 더 크게 노엽고 슬프다”며 “민주당의 작태에 화가 나고 1987년 민주화 이후 30여년 지난 지금의 한국 민주주의 수준이 서글프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탄핵소추 결과, 2004년 17대 총선에서 제1야당인 한나라당이 전체 의석(299석)의 반도 되지 않는 121석에 탄핵소추안을 주도했던 새천년민주당은 9석으로 소수 정당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내가 바라는 결과와 같다”며 “민주당의 참패를 바란다.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역사를 제대로 다시 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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