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를 맡고 있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목사가 광화문 집회 등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24일 구속됐다. 앞서 불법·폭력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청구됐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한 차례 기각된 바 있는 전 목사가 이번에는 구속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전 목사가 구속됨에 따라 그가 ‘벼르고 있던’ 오는 3·1절 대규모 집회 역시 개최 여부가 불분명해졌다.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전 목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연 뒤 “선거권이 없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총선을 앞두고 대규모 청중을 상대로 계속적인 사전선거운동을 한 사안으로,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또 “대의민주제 국가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차지하는 의의에 비추어 사안이 중하고 엄정한 처벌이 예상되며 도주 우려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 목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 모여 있던 그의 지지자 수백명 가운데 일부는 “왜 구속시키냐”며 격렬하게 항의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전 목사의 한 지지자는 “(전 목사가)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위해 일하시느라 한 번도 쉬지 못했는데 당분간 편안히 쉴 수 있다”며 “다시 나오실 때까지 전 목사님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자”고 다른 지지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앞서 전 목사는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는 “김용민(평화나무 이사장)씨가 나를 7번 고발했고, 대부분 무혐의로 끝났다”며 “유튜브 등에서도 활발히 이뤄지는 정치평론을 했다고 저를 또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는데, 이런 범죄 행위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는 선거법 위반 외에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사문서위조 및 행사, 업무방해, 내란 선동, 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로도 고발당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해 10월 집시법 위반 혐의로 전 목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어 경찰은 개신교계 시민단체 평화나무와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고발한 전 목사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한 뒤, 이달 2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 목사의 영장실질심사는 애초 21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그가 주일 예배 등을 이유로 영장심사일을 미뤄달라고 요청한 것이 받아들여지면서 이날로 연기됐다.
전 목사가 구속되면서 범투본이 돌아오는 일요일인 3·1절에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겠다고 예고한 대규모 집회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전 목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고자 서울시내 광장에서의 집회를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한 뒤인 22일과 23일에도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어 “29일과 3·1절 모두 나와서 싸우자, 문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예정했던 행사·집회를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지만 유독 범투본은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밝혀왔다. 전 목사는 코로나19와 관련해 23일 집회에서 “주님이 (코로나19를) 다 고쳐주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 목사 지지자들은 일단 매일 청와대 앞에서 여는 기도회는 예정대로 열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법원에 전 목사의 구속적부심도 신청할 계획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