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의료 선진국인 일본의 치사율(확진자 대비 사망자)이 중국의 비(非)우한 지역보다 높은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일 오후 6시 현재 본지가 일본에서 집계된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를 분석한 결과 일본 전체의 치사율은 1.2%(973명 중 12명 사망)였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선자의 치사율이 0.9%(705명 중 6명 사망)이고, 크루즈선을 제외한 치사율은 2.2%(268명 중 6명 사망)에 달했다. 세 가지(일본 전체·크루즈선·크루즈선 외) 수치 모두 중국 후베이성 우한 외 지역의 치사율(0.7%)보다 높은 수준이다. 오후 6시 현재 한국의 치사율은 0.6%(4335명 중 26명 사망)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월1일∼2월20일 중국의 치사율은 전체 3.8%, 우한 지역 5.8%, 우한 외 지역 0.7%를 기록했다. 집단 감염에 따른 도시 봉쇄가 이뤄진 우한 지역을 제외하면 중국의 치사율이 일본보다 낮다. 이는 일본의 의료 대응 역량이 의외로 중국보다 낮거나, 아니면 일본에서 코로나19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감기 증상과 더불어 섭씨 37.5도 이상의 발열이 나흘 이상 지속하거나 강한 권태감과 호흡곤란이 있는 경우에만 상담받도록 하고 있다. 이런 조치에 대해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앞두고 확진자 수를 축소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일본 매체는 일본의 감염자 수가 한국의 4분의 1 수준인 것은 검사 건수가 한국의 10분의 1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29일까지 한국은 약 9만4000명을 검사했으나 일본의 검사 건수는 약 7000명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민영방송인 TBS도 이날 오전 뉴스 프로그램에서 한국의 감염자 수는 일본의 4배에 달하지만, 이런 차이는 검사 체제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일본 연구팀의 연구에서는 환기가 좋지 않은 밀폐된 환경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후노성 전문가팀이 일본 내 감염자의 밀접접촉자 110명을 조사한 결과 소형 하천유람선과 같은 밀폐된 환경에서는 1명이 다른 12명에게 집단 감염시켰다. 이에 비해 감염자의 75%는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킨 사례가 없었다.
일본 증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로 닛케이225 평균주가가 한때 2만1000선이 붕괴했다가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금융시장 안정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담화를 발표하자 반등에 성공했다.
한편 일본의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도쿄한국학교가 이날부터 13일까지 임시 휴교에 들어가는 등 우리 교민 생활에 대한 영향도 본격화하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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