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비상 상황이다. 적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다.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가 쏟아지고 있다. 3일 확진자는 5000명선을 넘어섰다. 국민 1만명당 1명꼴이다. 방역당국과 의료진이 ‘TK전선’에서 코로나19를 퇴치하기 위해 사투 중이다. 이제는 국민이 나설 때다.
바이러스와 싸움을 이기는 길은 의외로 단순하다. 보이지 않는 적을 공격하기보다 주둔지를 없애면 된다. 인간의 몸이 바로 그들의 번식처다. 국민 개개인이 위생을 철저히 하고 이동을 최소화하면 그들은 스스로 사멸할 수밖에 없다. 당국자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동 제한을 강조하는 이유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제 1차적 방역의 책임이 국민 개개인에 있다”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거듭 당부했다. 신천지예수교 예배·모임을 통해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진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국민 각자가 1차 방역 책임자가 되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역사회 감염이 사실상 현실화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잠복기 또는 무증상 확진자와 마주치거나 동선이 겹치지 않아야 한다. 집에 눌러앉는 ‘집콕’을 하면서 이동을 자제하는 게 최선이다. 가급적 외출과 모임, 다중장소 이용을 삼간 채 집에 머무를 필요가 있다.
가족 간 감염 사례가 잦은 만큼 발열이나 목아픔 증상 등이 있는 사람은 ‘자가격리’에 준해 접촉을 삼가야 한다. 이상 징후가 있다고 모두 병원으로 몰리면 응급의료 체계에 병목현상이 빚어진다.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로 전화해 상담을 받은 뒤 지시에 따르는 것이 공동체를 위한 길이다.
유증상자나 확진자라면 방역당국 조치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이기적인 태도는 방역의 둑에 구멍을 내는 일이다. 전날 오후 대구우체국 앞에서는 50대 확진자가 ‘공적 마스크’를 사겠다고 몰래 줄에 서 있다가 들통나 방역당국에 넘겨졌다. “확진 통보를 받았는데 마스크를 사러 나왔다”고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를 주변에서 못 들었다면 감염 확산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개인이 어쩔 수 없이 외출해야 한다면 꼭 마스크를 착용하고 귀가 시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이미 상당수 기업이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지만 여의치 않으면 시차출퇴근제를 대안으로 고려해 봄직하다.
전문가들은 중대 고비인 이달 중 코로나19 사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통제 불능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방역당국도 향후 1∼2주가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외환위기 때 전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에 나섰던 사회적 연대의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송재룡 경희대 교수(사회학)는 “개인의 안전이 집단의 안전, 집단의 안전이 곧 개인의 안전이 되는 상황”이라고 규정짓고 “함께 어울리는 것에 익숙한 문화이지만, 현 시점에서는 ‘거리를 두는 것’이 공동체를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칫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공동체가 아니라 개인 안전과 이익만을 추구하는 식으로 흐를 경우 사회적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특정 지역이나 감염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마스크를 매점매석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이세원 강릉원주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밑바탕에는 이웃을 위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며 “타인을 배려하는 차원에서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구성·곽은산·박수찬 기자 k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