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보건용 마스크 완제품과 필터까지 동나는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면서 마스크 대용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회용 비닐장갑을 착용하거나 얼굴 전체를 가리는 차림도 어색하지 않은 모습이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날 확보된 공적물량 마스크 약 541만5000개가 우체국, 농협하나로마트, 약국 등을 통해 공급됐다. 긴급수급조정조치 시행 이후 마스크가 매일 500만개 전후로 공급되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보다 턱없이 부족하다.
마스크 품귀현상이 장기화하며 마스크 대용품을 구해 사용하는 아이디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마스크 완제품은 물론 마스크 속에 들어가는 정전기필터 등 부자재까지 품절 사태를 빚으며 대체재를 찾으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시중에서 파는 일회용 행주를 마스크 크기로 잘라 보건용 마스크 내부에 넣어 필터처럼 사용하고, 오염되면 교체하는 방식을 소개했다. 일반 부직포를 2∼3겹 겹쳐서 마스크 안에 넣어 사용하는 소개글도 올라왔다. 이들 방법은 보건용 마스크가 오염되는 것을 막아 조금이라도 오래 쓸 수 있도록 하는 자구책이다.
마스크 외에도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아이디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의 침방울이 호흡기나 눈·코·입의 점막으로 침투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주부 김모(35)씨는 요즘 장을 보러 나갈 때 비닐장갑이나 라텍스 장갑을 낀다. 그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다른 사람과 닿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며 “유난스러운 것 같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마트에도 비닐장갑을 비치해 놓은 곳이 많고, 눈만 내놓은 등산용 마스크 등으로 얼굴 전체를 가리고 다니는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띈다”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에는 모자의 앞부분에 비닐을 덧대 다른 사람의 침방울이 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역모자도 등장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통한 감염을 막기 위해 버튼을 누를 때 손가락 대신 사용할 수 있도록 면봉이나 이쑤시개 등의 도구를 비치하는 건물도 생겨나고 있다.
방역 당국도 전날 보건용 마스크를 한시적으로 재사용하도록 하는 사용지침을 발표했다. 식약처의 ‘마스크 사용 권고사항’에 따르면 오염 우려가 적은 곳에서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동일인에 한해 보건용 마스크를 재사용하도록 했다. 사용한 보건용 마스크는 환기가 잘되는 깨끗한 장소에 걸어 충분히 건조한 후 재사용해야 한다. 또한 정전기필터 성능이 떨어지므로 헤어드라이기를 이용해 말리면 안 되고 전자레인지·알코올을 이용한 소독이나 세탁도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감염 우려가 높지 않거나 보건용 마스크가 없는 상황에서는 면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된다고 밝혔다. 정전기필터를 장착해 사용할 경우 최대한 면마스크 크기에 맞는 정전기필터를 사용하여 틈새를 없애고 면마스크가 젖은 경우 새 정전기필터로 교체하라고 식약처는 권고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업무량이 급증한 방역 마스크 생산업체들이 주 52시간제의 예외가 허용되는 특별연장근로를 잇달아 신청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월29일부터 전날 오후 4시까지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한 사업장은 195곳으로, 고용부는 이 중 180곳의 초과근로를 허용했다. 마스크 등 코로나19 관련 제품 생산업체는 신청한 31곳 중 27곳이, 방역·검역·치료 등 대응인력이 포함된 사업장 86곳 중 80곳이, 중국 공장 가동 중단으로 국내 생산량이 급증한 업체 36곳 중 34곳이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받았다.
백소용·이동수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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