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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본격화 조짐에… 지구촌 일상도 파괴됐다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3-09 06:00:00 수정 : 2020-03-08 22: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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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감염 확산에 위기 최고조 / 伊, 하루 확진자 첫 1000명 넘어서 / 롬바르디아 등 11곳 이동 봉쇄령 / 美선 마스크·세정제 등 이미 동나 / 20년 이상의 비상식량도 매진돼 / 이란선 고위직 무더기 감염 고통 / 교황청, 주일 기도도 인터넷으로 / 泰 푸껫 등 크루즈선 입항 거부도
마스크를 쓴 한 승객이 밀라노의 라미네 공항을 걷고 있다. 밀라노=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 구석구석으로 확산되면서 평화롭던 세계인들의 일상이 뒤흔들리고 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각국 정부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마스크와 생필품 사재기로 혼란과 갈등이 빚어지고, 입항을 거부당한 크루즈선들은 정처없이 바다 위를 떠도는 신세가 됐다.

지난달 21일 첫 감염자 발생 이래 최초로 하루 1000명 넘는 확진자가 나온 이탈리아는 7일(현지시간) 경제·금융 중심도시인 밀라노를 비롯한 롬바르디아주 전역과 에밀리아로마냐·베네토·피에몬테주에 걸친 11개 지역을 추가로 ‘레드존’(봉쇄령)으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안을 마련했다.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대표적 관광명소인 트레비 분수 광장에도 관광객 발길이 끊겨 썰렁한 모습이다. 로마=AP연합뉴스

봉쇄령이 지정되면 가족을 만나거나 중요한 업무 목적을 제외하고는 이 지역을 드나들 수 없다. 해당 지역 주민들도 정부 허가 없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다. 격리 규정을 어기고 이탈할 경우 3개월 구류에 처할 수 있다. 나이트클럽, 헬스장, 수영장, 박물관, 스키 리조트 등이 폐쇄되며 식당과 카페에서는 이용자간 1m 이상 떨어져 앉아야 한다. BBC는 봉쇄령 확대에 따라 영향을 받는 인구가 1600만명까지 늘어난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번 행정명령을 다음달 초까지 시행할 계획이다. 5월 31일까지 전국의 모든 공판 일정도 중단된다. 국가 사법시스템이 두 달 넘게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다. 오는 15일까지 내려진 각급 학교 휴교령도 다음 달 3일까지 연장을 검토 중이다.

미국 뉴욕의 한 약국에 '마스크 없음'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뉴욕=신화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이미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마스크가 동난 지 오래다. 월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손 세정제 수요가 폭증하자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고 현장 판매만 해왔는데, 이마저도 이젠 물건이 없다.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에서는 30∼50mL짜리 여행용 손세정제를 평소의 10배에 달하는 10달러에 겨우 구할 수 있고, 오픈마켓 이베이에서는 손세정제를 사재기한 판매자들이 정가의 10∼20배에 되팔고 있다. 미국 브랜드 제품이 거의 사라지고 중국어가 가득한 제품이 주로 유통되고 있다.

냉동식품과 쌀, 물 등 먹거리와 휴지 등 공산품 사재기도 극성이다. 버지니아의 한 코스트코 매장에서는 식품 파트의 냉동식품이 한때 동났고, 휴지와 물을 사가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코스트코 온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유통기한 20년 이상인 ‘비상식품’도 며칠 만에 동났다.

각국 지도자들의 코로나19 감염도 잇따르고 있어 경고등이 켜졌다. 유럽 주요국 지도자 가운데 처음으로 양성 판정을 받은 니콜라 진가레티 이탈리아 연립정부 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상태는 괜찮지만 며칠간 집에 머물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에서도 마수메 엡테카르 부통령을 비롯해 고위지도자들과 모하바 졸노르 의원, 마흐무드 사데기 의원 등 국회의원 23명과 성직자들이 줄줄이 감염됐다.

교황청은 8일 코로나19의 예방적 조치로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주일 삼종기도를 교황이 직접 참석하지 않고 인터넷으로만 내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주 일요일 열리는 주일 삼종기도 강론에는 수천명의 관광객과 신자가 교황을 보러 광장에 운집하는데, 이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승객 하선 거부 당한 '코스타 포르투나'호. 푸켓=AP연합뉴스

집단 발병 요주의 대상으로 떠오른 크루즈선에 대한 각국의 경계 태세도 높아졌다. 700명 이상 집단감염을 일으킨 일본 크루즈선의 악몽 탓이다. 태국 푸껫 당국은 지난 6일 오전 파통 인근 바다에 도착한 크루즈선 ‘코스타 포르투나’호에 승객 하선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해당 크루즈선에는 승객 1631명과 승무원 984명이 탑승했는데, 이 중 이탈리아 승객이 282명으로 가장 많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푸껫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이탈리아 승객 64명이 지난 14일 이내에 이탈리아에 있었던 만큼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푸껫에서 하선하지 못한 코스타 포르투나호는 말레이시아로 향했다. 그러나 8일 말레이시아 역시 이날부터 크루즈선 입항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힌 상태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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