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공약에선 각 정당의 ‘틈새전략’도 엿보인다. 굵직굵직한 공약에서 놓칠 수 있는 특정 계층의 유권자들을 향해 호소하거나, 기발한 공약을 통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호 공약 자체가 파격적이었다. 시내버스·학교·터널 등을 중심으로 2022년까지 5만3000여 개의 공공 와이파이를 확대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학생·청년층을 겨냥해 데이터 통신비 감소를 약속한 것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데이터 통신비 ‘빵원’(0원),‘데빵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하며, 이해찬 대표가 랩을 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배포했다.
민주당은 ‘예산 포퓰리즘’ 논란을 우려한 듯 올해 480여억원, 내년 2600여억원, 내후년 2700여억원의 비용이 든다고 공개하며, “올해 사업예산은 이미 확보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공공 와이파이 사업은 통신비용 절감을 통해 통신복지를 확대하는 공공서비스의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정치개혁 부문’을 별도 공약으로 발표한 점도 이색적이다. 민주당은 국회의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 회의에 출석하지 않으면 세비를 단계적으로 삭감하겠다는 처방전을 내놨다. 10∼20% 불출석 10%, 20∼30% 불출석 20%, 30∼40% 불출석에 30%의 세비를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특정 계층을 노린 공약은 아니지만, ‘정치 무관심층’에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최대한 보이려는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미래통합당은 ‘반려동물 공약’을 내놨다.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화와 세제 혜택 마련 △‘명절·휴가철 반려동물 돌봄쉼터’ 지원 강화 △동물학대 방지를 위한 동물경찰제 확대 △유기견 입양 시 진료비 지원 △개 사육농가의 폐업지원 사업 확대 등이 핵심 내용이다. 반려동물 관련 행정을 강화하기 위해 중앙정부·지자체 산하 전문기관으로 ‘반려동물 관리기구’를 마련하고, 동물학대 등을 단속하는 동물경찰제 확대 같은 공약은 기존 보수당에서 보기 힘든 파격적 공약이다.
흡연자들을 위한 통합당의 공약도 이채로웠다. 금연거리에 흡연부스 설치를 의무화하고, 흡연공간을 찾지 못해 건물 주변에 숨어 담배를 피워야 하는 상황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통합당은 이외에도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을 현행 2개에서 4개로 확대하고, 노인들을 위한 스마트밴드도 보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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