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성폭력 은폐’ 의혹 사건을 각하한 것을 두고 성폭력 사건과 궤를 같이하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2015년 서울남부지검에서 발생한 ‘검사 성비위’ 사건 관련 김진태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검사 9명에 대한 직무유기 등 피고발 사건을 이날 불기소 처분(각하)했다.
고발인이었던 임은정(46·사법연수원 30기)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이날 “예상 했던 결과”라면서 “다시 법적 절차를 밟아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고발장이 오래 방치되다가 공소시효 완성이 임박한 후 불기소하리란 걸 예상했다”며 “자정능력이 전혀 없는 검찰이고, 이중잣대에 거침이 없는 막무가내 검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계획대로 다음 달 재정신청을 하겠다”며 “또 몇 년 뒤, 검사들도 검찰권을 오남용하면 처벌받는다는 대법원 판결을 결국 받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서울 남부지검에서 근무하던 김 모 전 부장검사와 진 모 전 검사가 후배 여검사를 성희롱·성추행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후 임 부장검사는 2018년 5월 과거 검찰 조직 내 성폭력 의혹에 대한 감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들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했다.
피고발인 명단에는 김 전 총장과 김수남 전 대검찰청 차장, 이모 전 감찰본부장 등이 포함됐다. 임 부장검사가 당초 고발한 검찰 관계자는 6명이었으나, 대변인 등에 대한 추가 고발 건이 접수돼 총 9명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다.
임 검사가 문제삼는 것은 당시 검찰 지휘부가 이들의 비위 사실을 알고도 감찰을 중단한 것은 조직적 일탈이라는 것이다.
김 전 부장검사는 그해 서울남부지검에서 후배 검사를 아이스크림에 빗대 성희롱한 사실이 알려졌지만, 별다른 징계 없이 사표를 냈다. 진 전 검사도 후배 검사를 추행한 의혹이 불거졌지만 징계를 받지 않고 검찰을 떠났다.
이에 대해 당시 검찰 관계자는 “성비위 풍문을 확인한 피의자들이 곧바로 사안의 진상 확인에 착수했으며, 이후 관련 업무 지침, 피해자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상 확인을 종료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처분 이유를 밝혔다.
또한 “달리 위법한 지시나 직무 거부가 있다고 볼만한 구체적인 사유나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공범인 ‘태평양’ 이모 군 사건의 담당 재판장은 오덕식 부장판사에서 다른 재판장으로 바뀌었다. 오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에 사건을 재배당해달라는 취지의 서면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법원은 오 부장판사가 사건을 처리하기 곤란한 사유가 인정된다며 대리부인 형사22단독으로 사건을 재배당했다고 밝혔다.
앞서 오 부장판사는 여러 성범죄 사건을 심리하며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한 판결을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오 부장판사는 과거 고 구하라씨 관련 재판에서 그의 남자친구 였던 최모씨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면서 불법 촬영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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