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호기심’에서 텔레그램 n번방에 출입한 이의 신상공개 등 판단은 다를 수 있다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발언을 두고, “끔찍한 범죄자에게 관용을 베풀고 싶은 것이냐”며 “당장 사퇴하라”는 등의 거센 비난이 범여권에서 일제히 쏟아졌다.
논란이 일자 황 대표는 당 공보실을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법리적 차원’에서의 처벌 양형은 다양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한 뒤, ‘n번방 사건’ 가해자에게는 이러한 일반적인 잣대도 적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호기심에 들어왔다 그만둔 사람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어” 논란
황 대표는 1일 오전 서울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n번방 참여 회원으로 추정되는 26만여명의 신상이 모두 공개 가능하냐는 질문에 “n번방 대표도 처벌하고 구속했지만,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호기심에 (n번) 방에 들어왔다가 막상 보니 ‘적절하지 않다’ 싶어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에 대해 (신상공개 등)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황 대표가 말한 판단은 처벌 수위에 관한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당 차원의 구체적인 n번방 대책에 대해서는 “제출된 법안을 정리하고 차제에 특위를 만들어 특별대책을 만들겠다”며 “성폭력 범죄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력히 대응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토론회 기조연설에서는 “직접적 가해자는 물론 영상 유포자, 돈을 주고 참여한 사람에 대해서도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황 대표의 ‘호기심’ 발언은 n번방 사건의 심각성을 간과한 것이라며 논란이 일었다. 해당 대화에 참여하려면 텔레그램에서 특정 대화방을 찾아야 하고, 강제탈퇴를 방지하고자 운영진에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지급하는 등 목적 달성이라는 ‘의도’가 깔려 있어야 하므로, 단순 호기심으로만 보기에는 부적절하다는 거다.
◆민주당 “가해자에 관용 베풀 것이냐”…정의당 “당 대표와 총선 후보서 사퇴하라”
범여권에서는 황 대표의 발언을 두고, 가해자에게 관용을 베풀 것이냐면서 당 대표와 총선 후보에서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고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n번방 사건에 대한 황 대표의 몰지각한 ‘호기심’ 발언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성 착취 영상 공유방에 들어가려면 암호화폐를 이용해 최대 200만원 가량의 입장료를 내야 하고, 유료회원 모집을 위한 무료방도 초대받거나 접속주소를 받는 식으로 비밀스럽게 운영된다. 단순 호기심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황교안 대표는 n번방 가입을 단순한 호기심으로 치부하고 끔찍한 범죄 가해자에게 관용을 베풀고 싶은 것인가”라며 “그것이 아니라면 심각한 성 착취 범죄인 n번방 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갖추지 못한 것이다”라고 질타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통합당은 여성을 위한 안전 종합 대책을 마련했고, 신종 여성범죄, 사이버 범죄에 맞서 촘촘한 안전망을 확충하겠다’던 황 대표의 말이 무색하다”며 “제1야당 대표로서 자격을 갖추려면 n번방 사건을 비롯한 디지털성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호진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극악무도한 전대미문의 디지털 성 착취 범죄를 호기심 차원으로 치부하다니 경악 그 자체”라며 “전모를 낱낱이 밝혀도 시원찮은 상황에서 황 대표는 사태의 본질과 심각성을 알기는 한 것이냐”고 맹렬히 질타했다.
정 대변인은 “n번방에 들어가려면 비용 납부와 기존 회원에 준하는 성범죄를 인증해야 가능한, 호기심만으로 입장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호기심으로 입장한 사람이라니 본심이 드러난 황 대표의 저열한 인식 수준은 참담하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n번방 성 착취 범죄자들을 봐주자는 이야기로 들릴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정 대변인은 그러면서 “부적절과 경악이 도를 넘어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다면, 대국민 사과도 부족하다”며 “당 대표 자리는 물론이거니와 총선 후보에서도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입장문에서 해명…“법리적 차원에서 고려 필요하다는 의미, n번방 가해자 등 해당 아냐”
논란이 일자 황 대표는 이날 당 공보실을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법리적 차원에서 처벌의 양형은 다양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일반적인 얘기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n번방 사건의 26만명의 가해자 및 관련자 전원은 이런 일반적 잣대에도 해당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용서받을 수도 없고 용서해서도 안 되는 극악무도한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이들 전원이 누구인지 무슨 짓을 하였는지 국민들 앞에 밝혀져야 한다”며 “이번 사건은 무관용 원칙이 철저히 적용돼야 한다. 관련 국회에서의 특별법 제정에 미래통합당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또 “피해 입은 어린 여학생의 입장과 여성 인권보호 차원에서 디지털 성범죄는 이 땅에서 완전하게 사라지게 해야 한다”며 “세상의 절반인 여성의 권익보호와 여성가치의 새로운 인식과 제도의 변화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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