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16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총선) 결과와 관련해 “야당도 변화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겠다”면서도 “나라의 미래를 위해 야당을 살려주셔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당의 총선 참패와 관련해 “솔직히 아쉽지만 꼭 필요한 만큼이라도 표를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며 “정부·여당을 견제할 작은 힘이나마 남겨주셨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전날 4·15 총선 결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해 압승했다. 이날 회견이 진행된 통합당 대회의실에는 ‘국민 뜻 겸허히 받들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도 털어놨다. 김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 마음을 잘 새겨 야당도 변하지 않을 수 없어졌다”고도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문재인정부가 나라를 옳지 않은 길로 끌고 갔다고 본다”며 “하지만 국민이 이 정부를 도우라고 한 만큼 야당도 그 뜻을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부족하고 미워도 나라의 앞날을 위해 야당을 살려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향해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경제 위기는 최대한 선제적으로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야만 극복할 수 있다”며 “전례 없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야당의 지적에도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통합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 재건을 맡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여기 올 때부터 분명히 말씀드렸는데 선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임무라고 생각하고, 선거가 끝나면 일상의 생활로 돌아간다고 얘기했다”고 답했다. ‘당의 요청이 있으면 역할을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전날 밤 총선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김 위원장은 선거 패인에 대해선 “선거 과정 속에서 (통합당이) 좀 변화를 해볼 수 있을까 했는데, 변화하지 않은 게 결과에 반영됐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선거는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에 당이 알아서 선거 패배의 본질이 어디 있는지는 앞으로 통합당을 다시 일으킬 사람들이 잘 분석해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부연했다.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김 위원장은 ‘부족한 변화’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탄핵 이후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거쳐오는 과정에서 변해야 할 시대 상황에 대한 인식이 잘못돼 별로 노력한 흔적을 보이지 않고 계속 ‘보수, 보수’만 외치다가 지금까지 온 것 아닌가”라며 “아무 변화를 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천 문제가 패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그건 내가 논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이 다 잘 아는 것이니까…”라고 답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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