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 과정에서 나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범진보 180석’ 발언이 선거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 민주당이 180석이 넘는 과반의석 확보에 성공했지만 부산·경남(PK) 지역에서는 7석을 가져가는데 그쳤는데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16일 “(유 이사장의)‘180석 발언’ 때문에 사실은 조금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의 180석 발언 이후 미래통합당이 “개헌저지선은 확보하게 해 달라”, “100석도 어렵다” 등 국민들에 읍소하며 부동층의 견제 심리를 이끄는 전략을 활용해 판세에 불리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총선 직전 자체 판세 분석에서 PK지역에 대해 ‘5석 우세, 7석 경합우세’를 점쳤는데 실제 이 지역에서는 7석이라는 다소 저조한 성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이 지역뿐 아니라 수도권 일부와 충청권 등도 유 이사장의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이 위원장은 “손해 본 지역들이 인천의 한 지역, 충남에서도 공주, 보령 등 꽤 있었다”며 “충분히 이길 수 있었는데 막판에 보수가 결집했다. 제일 피해를 본 곳은 부산”이라고 지적했다.
유 이사장도 자신의 ‘180석’ 발언에 대해 “그 말을 안 했다면 (범진보 진영이) 200석도 될 뻔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KBS 개표방송에 출연해 “희망 사항으로 말을 해봤던 것인데, 역시 말을 안 했더라면 좋았을 뻔했다”며 “이제 정치비평을 그만하려고 한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틀린 말을 하게 되고, 안 해도 될 말을 하게 되고, 안 하면 더 좋았을 말도 하게 된다”고 자신의 발언을 후회했다.
앞서 유 이사장은 지난 10일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민주당에서는 조심스러워서 130석 달성에 플러스알파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비례의석을 합쳐 범진보 180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이 발언에 대해 여야 모두에서 비판이 나오자 그는 “보수 쪽에서 악용할 빌미를 준 것이 현명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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