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행정관 구속으로 靑 '정조준'한 檢 라임 수사

"행정관 한 명이 막을 수 있겠나"… 윗선 개입 의혹 '눈덩이'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전 청와대 행정관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이 사건 수사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해당 전직 행정관을 두고 “이 분이 (라임 사태 수사를) 다 막았다”는 말까지 나온 사실이 확인된 만큼 그 윗선으로 수사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청와대가 유재수(구속기소) 전 부산시장 감찰 무마 사건에 이어 또 ‘악재’를 만난 것으로 보인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공무상 비밀누설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전날(18일) 구속한 김모(46)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을 상대로 ‘로비’ 의혹을 집중 추궁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 출신인 김 전 행정관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근무를 하며 ‘라임 사태’ 무마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일찌감치 제기됐다. 특히 라임의 ‘돈줄’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등 잠적한 이들과 함께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얼마 전 라임 상품을 1조원 이상 판매한 한 대신증권 관계자가 피해 투자자와 나눈 대화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해당 녹취록에는 ‘김 전 행정관이 라임 사태 확산을 막아주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등장한다. 한 관계자는 아예 “이 분(김 전 행정관)이 다 막았다”고까지 했다.

검찰은 그간의 수사에서 김 전 행정관이 김봉현 회장에게 라임 검사 관련 정보를 누설하고 그 대가로 49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라임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실 감독 의혹과 김 전 행정관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다고 본 셈이다.

문제는 아무리 금감원 출신으로 청와대에서 파견근무를 했어도 행정관 한 사람의 힘으로 라임 사태 수사를 막을 수 있었겠느냐 하는 점이다. 그가 속했던 청와대 경제수석실 상급자 및 그보다 더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김 전 행정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만큼 그가 대가를 받고 라임 측에 모종의 혜택을 제공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상당 부분 소명된 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김 전 행정관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담당한 서울남부지법 이승원 판사는 영장을 발부하며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것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거물급 공범들이 여럿 있다는 뜻으로, ‘도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은 그가 연루된 범죄의 폭과 깊이가 무척 넓고 또 뿌리가 깊다는 뜻으로 각각 해석된다.

부장검차 출신의 한 변호사는 “비록 전직이긴 하지만 청와대 행정관이 이번 사건의 배후에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향후 검찰 수사는 행정관보다 ‘윗선’의 개입 여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