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국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협상 압박용으로 준비한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방위비 협상은 주한미군 감축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방위비 협상 관련 질문에 “그들(한국)은 우리에게 특정 금액을 제안했고 나는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큰 비율(a big percentage)로 지불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부유한 나라를 방어해 주고 있다”며 “한국은 매우 부자 나라다. 우리는 몇 십년 동안, 80년 넘게 그들을 방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자신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해 1년에 10억달러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당시 그 금액이 작아서 다시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심혈관 시술을 받았다는 설이 제기된 이날 미군 정찰기가 잇따라 한반도 상공으로 출격했다.
민간 항공기 추적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 공군 E-8C 지상감시정찰기가 21일 한반도 상공에 나타났다. 고성능 영상 레이더를 탑재한 E-8C는 250㎞ 이상 떨어진 지상 표적 600여개를 동시에 추적·감시할 수 있다. 미 해군 P-3C 해상초계기도 이날 한반도 상공을 비행했다. 해상에서 잠수함이나 함정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하지만, 무선신호를 수집·분석하는 임무도 가능하다. 미 공군 RC-135W 정찰기도 20일 수도권 상공에서 정찰 활동을 했다. RC-135W는 신호·전자·통신정보를 수집·분석해 적의 의도와 위협 등을 미리 파악한다. 주한미군 소속 RC-12X와 EO-5C 정찰기도 서해와 수도권 등을 비행하며 정찰 임무를 수행했다.
한·미 국방부는 22일 제17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를 열어 양국 국방 현안을 논의한다. 코로나19 확산을 감안해 화상으로 진행되는 이번 회의에서는 교착 상태에 빠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등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국방부는 이날 코로나19에 대응한 미 병력의 이동금지 조치를 6월30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미군 병력의 국내외 이동이 모두 금지되는 것이라서 주한미군을 비롯한 전 세계 미군 순환배치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박수찬 기자 sisley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