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40주기를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생각난다”고 말해 눈길을 끈다. 노 전 대통령의 11주기 기일이 1주일도 채 안 남은 점을 감안해 ‘정치적 동지’인 노 전 대통령을 향한 애틋한 추모의 정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만료(2022년 5월10일)까지는 노 전 대통령 기일에 맞춘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바 있다.
17일 문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기를 하루 앞두고 광주MBC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해 ‘5·18 하면 생각나는 인물’로 노 전 대통령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80년대 이후 부산지역 민주화운동은 광주를 알리는 것이었다”며 “87년에는 노무현 변호사와 제가 주동이 돼 5·18 광주 비디오 관람회를 가졌다”고 회상했다. 1980년대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나란히 부산지역에서 인권변호사로 활약하며 민주화운동에 깊이 관여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것(광주 비디오 관람회 개최)이 부산지역 6월 항쟁의 큰 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일을 함께했던 노무현 변호사를 광주를 확장한 분으로 기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당시 5공 전두환정부의 언론 탄압과 정보 통제로 5·18의 진상이 호남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 특히 영남권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 노 전 대통령의 끈질긴 활동 덕분에 부산시민들도 5·18에 관해 더 잘 알게 되었고, 바로 그 점이 1987년 부산지역에서 6월 항쟁이 활활 타오르는 도화선으로 작용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노 전 대통령의 11주기 기일(5월23일)이 6일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뒤로는 봉하마을에 가지 않고 있다.
당시 그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추도식에 참석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기 후 추도식을 찾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으로 5년 임기가 종료하는 2022년 5월10일까지는 노 전 대통령 기일에 맞춘 추도식에는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는 노 전 대통령의 10주기 기일로 남다른 의미가 있었고 미국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까지 몸소 참석했음에도 문 대통령은 영부인 김정숙 여사를 대신 보냈을 뿐 본인은 약속대로 일정한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올해 노 전 대통령의 11주기 추도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과거 어느 때보다 적은 인원만 참여한 가운데 간소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노무현재단은 “11주기 추도식은 권양숙 여사 등 유가족과 재단 임원 등 100여명의 최소 인원만 참석한다”며 “추도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참배객들을 위해 행사는 재단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도식 사회는 박혜진 아나운서가 맡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추도사를 낭독할 예정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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