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전 이사장(국회의원 당선인) 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일본의 극우 성향 신문이 사설을 통해 정의연이 주관해온 수요집회 중단과 평화의 소녀상 철거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동안 일본 주요 언론이 정의연 관련 논란에 대한 논평을 자제해온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은 20일 ‘반일 집회 그만두고 (소녀)상 철거를’이라는 제목의 사설 형식 논평에서 “비판에 귀를 기울여 반일 증오의 상징인 위안부상(평화의 소녀상)을 조속히 철거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산케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두고 ‘증오를 가르치고 있다’, ‘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신문은 “(이 할머니가) 지금까지 함께 활동해 온 집회 주최 단체의 운영도 비판했다”며 “이를 계기로 단체의 불투명한 회계 등의 의혹이 분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케이는 또 “문재인 정권은 좌시하지 말고 (정의연) 조사 등 적절하게 대응할 책임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이 할머니가 이번에 정의연에 비판의 강도를 높이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반일 집회를 그만둬야 한다는 주장은 옳다”면서 “단체의 부적절한 운영 등을 부각한 것도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산케이는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 당선인이 여러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으며,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이 2013년 사들인 경기 안성시의 쉼터 관련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이날 소개했다.
조선족 출신인 리 소테쓰(李相哲) 일본 류코쿠(龍谷)대 교수는 이날 산케이신문에 실린 칼럼에서 “정의의 미명 아래 ‘반일’을 표방하고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기부금을 모아 그것을 가지고 생계를 잇고 정계진출을 노리는 단체나 개인이 있다는 실태를 몰랐다는 것인가”라고 물으며 문 대통령이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일본의 주요 언론들은 정의연 논란에 관한 논평을 자제하고 사실관계를 전달하는 수준에서 보도해왔다. 그러나 이날 산케이가 정의연 관련 보도에 지면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의견이 담긴 논평까지 낸 것을 계기로 향후 일본 내 우익 세력이 정의연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앞서 산케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에 다시 참배하라고 촉구하거나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일본 정부가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河野) 담화에 기만(남을 속임)성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양국 갈등 상황에서도 한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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