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함께해준 전 세계 시민들과 피해자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20일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제1440차 정기 수요시위’에 참석한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무엇보다 문제 해결을 소망하시다 돌아가신 분들의 유지를 제대로 받들지 못했다는 생각에 슬픔과 아픔을 함께 느낀다”며 최근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평소처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이날 정오 열린 수요시위에는 최근 정의연을 둘러싼 기부금 회계부정 의혹, 쉼터 고가 매입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수십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정의연은 자신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운동의 의의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가장 최전선에서 전쟁범죄, 전시 성폭력, 성노예제 문제를 국제적으로 의제화하고 보편적 인권 문제로 만드는 데 기여한 이 운동의 역사와 대의가 참담하게 무너지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를 주관한 평화나비 네트워크는 성명서를 통해 “수요시위를 만들어 온 것은 기억하고, 행동하고, 연대해 온 우리 모두다”라며 수요시위의 뜻이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비슷한 시간 보수단체들은 수요시위 장소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정의연과 윤미향 당선인을 규탄했다. ‘자유연대’ 회원 등 20여명은 수요시위 장소로부터 불과 30여m 떨어진 곳에 모여 윤 당선인 사퇴 및 회계자료 공개 등을 촉구했다. 이 집회에 참석한 A(58)씨는 “(정의연이) 좋은 일을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윤 당선인이 거짓말하고 이미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 동작경찰서는 이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을 훼손한 혐의(재물손괴) 등으로 20대 남성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체포된 손모(22)씨는 이날 오전 6시40분쯤 동작구 9호선 흑석역 출구 인근에 있는 소녀상의 얼굴 왼쪽 부위 등을 주변 화단에 있던 돌로 찍어 파손하고, 이를 말리는 30대 남성을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상태로 알려진 손씨는 경찰 조사에서 횡설수설하며 범행 동기를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손씨는 (폭행을 당한 남성과) 또 다른 2명에 의해 제압됐다”며 “범행 동기 등 자세한 내용은 추가로 조사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강진·박지원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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