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윈스턴 처칠(1874∼1965) 전 영국 총리에 비견될 만한 인물이라는 데 동의할 이가 얼마나 될까 싶지만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보기엔 ‘트럼프=처칠’이란 등식도 성립하는 듯하다.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맞서 영국 등 연합국을 승리로 이끈 처칠을 뛰어넘는 공로를 세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자신과 처칠을 비교한 책이 출간된 소식을 전하며 저자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신간 ‘트럼프와 처칠 : 서구 문명의 수호자(Trump and Churchill, Defenders of Western Civilization)’를 펴낸 저자 닉 애덤스에게 축하의 뜻을 전한다”며 “어쨌든 윈스턴 처칠과 비교된다는 것은 크나큰 영예임이 틀림없다”고 적었다.
저자 애덤스는 호주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을 취득한 강연자 겸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는 역사학 전공자는 아니고 주로 경영혁신과 자아계발, 리더십 등에 관한 책을 쓰거나 강연을 해왔다.
미 언론의 서평에 의하면 ‘트럼프와 처칠’은 두 사람이 자신을 둘러싼 곤란한 환경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를 통해 서구 문명에 기여한 바가 무엇인지 조명한 책이다. 처칠이 자신에게 적대적인 정치인들의 반대와 언론의 비판을 뚫고 나치 독일에 맞서 영국, 더 나아가 서구 문명을 구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도 야당인 민주당의 반대와 주류 언론의 이른바 ‘가짜뉴스’ 보도 같은 역경을 딛고 미국, 더 나아가 기독교 문명을 지켜냈다는 시각을 담고 있다.
책 서문은 보수 성향의 역사학자이자 공화당 정치인으로 미 하원의장(1995∼1999)을 지낸 뉴트 깅리치가 썼다.
애덤스는 열렬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대통령의 트윗에 감격한 듯 이를 자신의 트위터에 리트윗한 다음 “당신은 제 생애 최고의 대통령(the greatest President of my lifetime)”이라며 “이 책을 쓰는 작업은 진정 제 인생 최고의 영광이었다”고 적었다.
‘미국 우선주의’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등 유럽 국가들에 내놓고 반감을 드러내왔으나 처칠만큼은 경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직후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에 처칠 흉상을 갖다놓은 점이 이를 보여준다. 전임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다른 곳에 치워놓은 처칠 흉상을 원위치시키는 것으로 존경심을 표현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를 의식한 듯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지난해 6월 영국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처칠이 쓴 회고록 ‘제2차 세계대전’ 초판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 초판 책자는 황금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배려해 겉표지를 특별히 금박으로 장식해 눈길을 끌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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