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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살해' 경찰에게 3급 살인 혐의 적용… 미국 내 불만 증가

입력 : 2020-06-01 17:52:25 수정 : 2020-06-01 22: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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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 州 검찰, 살해 의도 없이 “지나친 위험 초래하는 행동 했다”고 판단한 듯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 유혈 시위를 촉발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을 두고 가해자로 지목된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에 대해 왜 ‘3급 살인’ 혐의가 적용됐는지 미국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 유족을 비롯해 이번 사건에 분노하는 시민들은 “3급 혐의 적용은 너무 약하다”고 지적한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분노한 테네시주 멤피스 시민들이 31일(현지시간) 차에 탄 경찰관과 대치하고 있다. 멤피스=AP연합뉴스

1일 CNN과 미국의소리(VOA)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대다수 주(州)에서는 살인죄를 1급과 2급으로만 분류하지만, 미네소타주는 좀 더 가벼운 사안에 3급 살인죄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쇼빈은 비무장 상태이던 플로이드를 체포하던 중 그의 목을 무릎으로 9분 가까이 짓눌러 숨지게 했다. 그러나 그는 3급 살인과 2급 과실치사 혐의로만 기소됐다. 쇼빈의 범행을 고의성이 낮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살해 혐의로 판단했다는 뜻이다.

 

미네소타주 법률을 보면 3급 살인은 “다른 사람에게 대단히 위험한 행동을 저지르고 인간의 생명에 대한 존중 없이 ‘타락한 마음(depraved mind)’을 분명히 드러냄으로써 누군가의 죽음을 촉발한 경우”로 정의한다. 3급 살인으로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25년 이하의 징역이나 4만달러(약 49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징역형과 벌금형을 모두 선고받을 수 있다.

 

쇼빈에게 더해진 2급 과실치사(manslaughter)는 “지나친 위험을 창출하고 다른 사람에게 사망 또는 심각한 신체적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을 의식적으로 하는 경우”에 적용될 수 있다고 미네소타 주법은 명시했다. 유죄 인정 시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만달러(약 2450만원) 이하의 벌금형, 또는 두 가지가 모두 선고될 수 있다.

 

두 가지 혐의를 보면 검찰은 쇼빈에게 플로이드를 사망에 이르게 할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네소타에서 1급 또는 2급 살인으로 기소하려면 피고인이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살인 행각을 저질렀거나 순간적인 충동으로 살해 의도를 가졌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에 비해 3급 살인 혐의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생명에 대한 존중 없이 타인에게 위험한 행동을 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유죄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다. CNN 법률 분석가인 조이 잭슨은 3급 살인에 대해 “사망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너무나 위험한 행동을 했고, 그런 위험성을 무시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플로이드의 유족은 쇼빈에게 비교적 가벼운 3급 살인 혐의가 적용된 데 불만을 표한다. 유족 측 변호사인 벤 크럼프는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왜 1급 살인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그의 행동을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증거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31일(현지시간) 시애틀에서 열리고 있다. 시애틀=AFP연합뉴스

 

 

주마다 1급 살인죄의 정의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살인이 고의적이고 사전에 계획된 경우와 다른 중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살인이 발생한 경우 등에 1급 살인죄가 적용된다고 미 법률정보업체 ‘Nolo’는 밝혔다. 크럼프 변호사의 주장이 입증되면 쇼빈 전 경관의 혐의도 더 무거워질 수 있다. 

 

분노하는 유족과 일반 시민의 감정과 달리 이번 사건에서 3급 살인보다 더 중한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웠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온다. 전직 연방검사인 폴 버틀러 조지타운대 법학교수는 이날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쇼빈을 3급 살인과 2급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한 게 불충분해 보일 것”이라면서도 “사법정의를 향한 합리적 단계”라고 평가했다.

 

버틀러 교수는 “전직 검사로서 경찰관에게 유죄 선고를 끌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며 “2005년 이후 100여 명의 경관이 공무집행 중 살인으로 기소됐으나 대부분은 걸어나왔다. 공소가 기각되거나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네소타 주법에 따라 1급 살인 재판에서 이기려면 검찰은 쇼빈이 플로이드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며 “3급 살인 재판에서는 쇼빈의 행동이 대단히 위험했고 생명에 무관심했다는 점을 입증하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쇼빈은 플로이드 사건 이후 경찰에서 해임됐다. 그 외에 체포 현장에 함께 있던 3명의 다른 경관도 이번 사망 사건으로 해임됐으나 아직 기소되지는 않은 상태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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