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킥보드는 자동차, 차처럼 의무 보험 대상”…첫 판결

법원 “킥보드도 자동차” 명확히 해 / “킥보드도 차처럼 의무 보험 대상” / 다만 보험 상품 없어 처벌은 안 해 / 서울 전동킥보드 사고 1년 만에 배로 증가…지난해 117건

안전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한 시민이 전동 킥보드를 타는 모습. 김경호 기자

전동 킥보드도 자동차에 해당한다고 본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심 법원은 술에 취한 채 전동 킥보드를 몰다 사고를 낸 이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이같이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 박원규 판사는 최근 술에 취한 채 전동 킥보드를 몰다 지나가는 행인을 다치게 한 A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 치상) 등 혐의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0월9일 오후 7시5분쯤 서울 금천구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전동 킥보드를 몰고 가다가 사고를 낸 혐의를 받는다.

당시 그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80%의 만취 상태에서 전동 킥보드를 몰았고, 보행자를 치어 넘어뜨려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타박상을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재판을 받던 지난 3월8일 오후 8시19분쯤 서울 금천구 도로 위 약 500m 구간에서 무면허 음주운전으로 승용차를 몰다 적발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판사는 “피고인이 지난해 10월9일 저지른 음주운전 범행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음에도 자숙하지 아니하고 무면허, 음주운전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만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며 “피고인이 낸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은 피해자와도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전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역 인근 사거리에서 전동 킥보드를 탄 한 시민이 아슬아슬하게 도로를 달리고 있다. 김경호 기자

박 판사는 이번 판결에서 전동 킥보드가 자동차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누구든지 의무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자동차 등을 도로에서 운행해서는 안 된다’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혐의가 A씨에게 적용됐는데, 잔동 킥보드도 자동차라며 의무보험 가입 대상으로 인정한 것이다.

박 판사는 “전동 킥보드는 손잡이,와안장, 발판 및 2개의 바퀴가 장착돼 있다”면서 “전원을 공급받는 모터에 의해 구동돼 육상에서 1인이 운행하는 이륜자동차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A씨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되지는 않았다.

이전까지 전동 킥보드가 자동차라는 판결이 없는 등 자동차 의무보험 가입 대상이라는 것을 A씨가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취지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전동 킥보드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8조의 의무보험 가입대상인 자동차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하지만 전동 킥보드를 대상으로 하는 의무보험상품이 개발되기 전에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의 한 인도에 전동 킥보드가 주차돼 있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김경호 기자

이번 판결에 따라 향후 전동 킥보드 관련 업종이나 소유자, 보험업계 등에서 관련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전동 킥보드 사고가 급격히 늘었다고 3일 밝혔다.

본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전동 킥보드 사고는 2017년 73건, 2018년 57건이었다가 2019년에는 117건으로 전년 대비 105% 증가했다. 같은 시기 자전거 사고는 각 8301건, 7348건, 8042건이었고 이륜차 사고는1만3868건, 1만3798건, 1만3791건으로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3년간 발생한 전동 킥보드 사고 247건 중 차량과 충돌한 사고가 63건으로 25.5%를 차지했다.

김경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