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린이를 여행용가방 안에 가둬 숨지게 하거나 뜨거운 프라이팬을 어린이 손에 접촉시켜 화상을 입히는 등 가혹한 아동학대가 잇따르면서 경찰이 칼을 빼들었다. ‘위기에 처한 아동을 찾아내 사전에 구조하라’는 취지의 문재인 대통령 지시 이행을 위해서다.
경찰청은 10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한 달 간 보건복지부, 교육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학대당할 우려가 있는 아동의 안전 여부를 합동 점검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 관리를 받는 학대 우려 아동은 올해 4월 기준 전국적으로 2315명에 달한다. 그중 ‘위험’ 아동이 1158명, ‘우려’ 아동이 1157명이다.
경찰 등 관계 기관들은 학대 우려 아동과 보호자를 직접 만나 면담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관계자는 “아동학대를 예방하려면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며 “특히 의료·교육기관 등이 아동학대 징후를 신속히 신고해야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충남 천안에서 친부의 동거녀가 여행용가방에 9살 아이를 7시간 넘게 감금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A(9)군 친부의 동거녀인 B(43)씨는 A군을 가로 50㎝·세로 70㎝ 크기 여행가방에 가뒀다가 아이가 소변을 보자 다시 가로 44㎝·세로 60㎝ 크기 가방에 가뒀다. 그는 “아이가 게임기를 고장낸 것에 대해 거짓말을 해 훈육 차원에서 그런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병원에 옮겨졌으나 심정지로 숨졌고 B씨는 경찰에 구속됐다.
또 경남 창녕에서는 의붓아버지의 지속적 학대로 온몸에 멍이 들고 머리와 손 등에 상처를 입은 채 발견된 C(9)양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자아냈다. C양은 경찰 조사에서 계부가 프라이팬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지졌으며 2018년부터 최근까지 자신을 상습적으로 학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부의 가혹행위로 C양은 지문이 일부 훼손될 정도의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C양은 조현병(옛 정신분열병)을 앓는 친모에게도 학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위기의 아동을 파악하는 제도가 작동하지 않아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면서 “위기아동을 사전에 확인하는 제도가 잘 작동하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아동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 아동학대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적극적으로 위기아동을 찾아내라는 것”이라고 대통령 지시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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