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대북전단(삐라) 살포를 문제 삼으며 남북관계 파탄을 선언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까지 감행한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북전단이 떨어진 경기 의정부시의 한 가정집 지붕이 파손됐다고 알리며 전단 살포 행위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이 “북한에는 찍소리도 못하고 탈북자만 때려잡는다”고 비난하자 이 지사는 다시 하 의원 등을 향해 “가짜 보수”라며 맞섰다.
이 지사는 18일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살인 부메랑’ 대북전단의 피해를 왜 경기도민이 감당해야 합니까?’란 제목의 글에서 “대북전단 낙하물이 의정부의 한 가정집 위에서 발견됐다는 신고가 어제 들어왔다”며 “현장을 조사해보니 전단과 다수의 식료품이 한 데 묶여있었고, 지붕은 파손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 곳 주변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밀집해 있는터라 자칫 인명피해 가능성도 있었다”며 “길을 걷던 아이의 머리 위로 이 괴물체가 낙하했더라면 어땠겠느냐, 정말이지 상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이번 사건은 살포된 대북전단이 북측이 아닌 우리 민가에 떨어지고, 자칫 살인 부메랑이 될 수 있으며, 접경지대에 속하지 않더라도 그 피해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왜 우리 도민들이 이런 위험에 노출돼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 지사는 “반평화 행위를 엄단하고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진정한 안보이자 도지사의 책무”라며 “평화를 방해하고 도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북전단 살포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모든 행정력과 공권력을 동원해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엄단하하겠다”고도 했다.
이 지사의 SNS 글이 보도된 뒤 통합당 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경기도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엔 찍소리도 못하고, 힘없는 탈북자만 때려잡는 이 지사, 판문점 앞에서 대북 항의 1인 시위는 왜 안 하나”라고 비꼬았다. 이 지사가 해당 대북전단을 날린 주체로 지난 5월 경기 파주시 오두산전망대에서 전단을 살포한 탈북민단체를 특정하면서 “불법행위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을 겨냥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하 의원은 “이 지사가 상황 파악을 전혀 못 하고 있다”며 “전단은 구실일 뿐, 북한 도발의 본질이 아님이 명확해졌는데, 쇼를 좋아하는 이 지사는 북한엔 항의 한 번 못 하면서 힘없는 탈북자 집에는 공무원 수십 명을 동원한 요란한 쇼만 연출했다”고도 비꼬았다. 그는 이어 “북한이 공언한 것처럼 조만간 대남전단을 살포하면 대부분 경기도에 떨어지는데, 이 지사가 그땐 어떻게 대처할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다시 자신의 SNS에 “하 의원이야말로 국가안보가 어떻게 되든, 휴전선에 총격전이 벌어지든,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든 관심 없이 (오히려 그걸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무책임하게 입에서 나오는 대로 ‘찍찍’ 거리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경기도민의 안전과 국가안보를 위해 어렵게 만든 남북 간 신뢰가 깨지지 않도록 꼭 필요한 일을 찾아 하겠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하 의원과 함께 경기도의 대북전단 살포 봉쇄 조치를 비판한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겨냥,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외면한 채 정략적으로 대북 자극하는 가짜보수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왜 국민에게 심판받았는지 모르고 있다”고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지난 4·15 총선에서 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이 지사는 “실익 없이 대중을 선동하며 상황만 악화시키는 찍소리는 하 의원의 전매특허인 듯하니 본인이 많이 하고 제게는 강요하지 말라”며 “상대가 날뛴다고 같이 날뛰면 같은 사람이 된다, 아무리 비싸고 더러운 평화도 이긴 전쟁보다는 낫다는 사실을 두 분께서도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기도는 접경지역 5개 시·군 전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하고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데 이어 포천시의 한 탈북민단체 대표 집에서 대북전단 살포에 쓰이는 고압가스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집행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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