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0일 “더는 뵐 수 없다는 것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며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추모했다. 정치적 동반자이자 경쟁자였던 고인을 가리켜 ‘나의 형님’이라 부르며, “홀연히 가버린 형님이 밉고 원망스럽다”고 한탄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믿고 싶지 않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이 지사는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사는 내 아우’라고 하신 말씀이 제게 남긴 마지막 말씀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따로 만나자고 약속까지 했는데, 더는 뵐 수 없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아니 믿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인권변호사로, 사회운동가로, 자치단체장으로, 당신은 늘 저보다 한 걸음 앞서 걸어오셨다”면서 “당신이 비춘 그 빛을 따라 저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 지사는 정치적 동반자의 죽음에 심적 고통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황망한 작별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곳으로 홀연히 가버린 형님이 밉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숙제만 잔뜩 두고 떠난 당신이 너무도 원망스럽다”고 했다. 또 “몇 번을 썼다 지운다. 너무 많은 말이 떠올라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면서 “나의 형님, 부디 평안히 잠드소서”라며 글을 맺었다.
박 시장과 이 지사는 2022년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강력한 경쟁자로 비교돼왔다. 광역단체장이란 공통점이 관심을 끌 만했다. 이 지사는 지난달 24일 출입기자들과 가진 취임 2주년 간담회에서 “제가 그분(박 시장)의 정책을 따라 하는 것도 많은데 (박 시장께서) 억울하실 수도 있다”며 친밀함을 과시한 바 있다.
이 지사는 당시 박 시장을 가리켜 인생 선배, 인권운동 선배, 시민운동 선배라고 표현했다. 이 지사는 “제가 시민운동과 정치입문을 하는 데 크게 도움을 주신 분으로 잘 모셔야 할 분”이라며 “개인 능력도, 성과도 다 뛰어난 분인데 왜 이재명은 눈에 띄고 내가 한 건 눈에 안 띄느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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