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정치인과 종교·시민사회단체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각계 인사 조문… 지지자들 비통
이날 오전 9시쯤부터 여권 인사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내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 등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오후 2시 24분쯤 박 시장의 빈소를 찾아 “볼일을 보러 왔다가 내려가는 중에 비보를 들었다”며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무총장,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등도 조문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원불교 등 종교인들의 조문했다. 이날 정오부터 일반인의 조문이 가능해지면서 지지자와 시민들의 조문이 줄을 이었다.
한 시민은 이날 낮 12시21분쯤 장례식장 건물 앞에서 대성통곡했다. 오후 1시15분쯤에도 비통한 표정을 지은 여성이 울먹이며 장례식장을 벗어났다. 앞서 이날 오전 3시20분쯤 박 시장이 시신을 실은 앰뷸런스가 서울대병원에 도착하자 지지자들은 “박원순 사랑해, 미안해” “시장님 어떡해”라고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박 시장의 시신은 오전 3시 30분쯤 안치됐다.
◆여야 애도… 민주, 성추행 의혹엔 말 아껴
여야는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시장께서 허망하게 운명을 달리하셨다. 충격적이고 애석하기 그지없다”며 “평생동안 시민 위해 헌신한 고인의 삶과 명예를 기리며 고인이 가시는 길을 추모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 등 당 지도부는 검은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서는 ‘고인의 명예 실추’를 우려하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이 대표는 빈소에서 기자들이 고인에게 제기된 ‘미투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자 “예의가 아니다”며 화를 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시장의 비극적 선택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큰 슬픔에 잠겨 있을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정의당과 국민의당도 논평을 통해 “비통한 마음”,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각각 애도했다.
AP,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박 시장의 인권변호사 활동과 정치 이력 등을 소개하며 “한국의 넘버2 선출직이 숨졌다”고 앞다퉈 전했다.
◆장례는 5일장… 반대 청원도
장례는 사상 첫 서울특별시장(葬)으로 5일장이며 발인은 13일이다. 정부 의전편람에는 국가장 외에 공식적인 장례절차로 정부장과 국회장, 기관장 3가지로 분류하고 있으며 서울시장은 기관장에 해당한다. 박 시장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르는 근거를 설명한 것이다. 김태균 서울시행정국장은 “정부 의전편람에 장례 절차들을 소상하게 설명하는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청사 앞에 분향소를 설치해 11일 오전 11시부터 추모객을 받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라는 청원글이 올라 이날 오후3시 현재 8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박원순씨가 사망하는 바람에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까”라며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언론에서 국민이 지켜봐야 하나요”라고 지적했다.
반면 박 시장 일부 지지자는 성추행 고소인의 신상정보를 찾는 움직임을 보여 2차 가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 극성 지지자는 인터넷과 SNS에 박 시장을 고소한 전 여비서를 찾기 위한 글과 사진을 게재하고 있다. 한 사이트에는 ‘비서실엔 총 ○명이 근무, 이제 고지가 보인다’는 제목으로 고소인을 추정하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작성자는 “자료를 뒤져보니 비서실엔 ○명이 근무했다”며 “찾겠다. 같은 여자로서 제가 그분 참교육 시켜줄 것”이라고 썼다. 또 다른 지지자는 고소인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사진을 버젓이 올려놓기도 했다.
박연직·김민순·조성민 기자 repo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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