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장애·설사 등 유발 웰빙시대 맞아 글루텐 프리 식품 시장 급성장세
나는 사실 그동안 글루텐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면을 주식으로 생각할 만큼 좋아하는 편이니 말이다. 하지만 예상외로 주변에 글루텐으로 고통받는 이가 많아 글루텐 프리 식품을 찾는 이가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을 최근 알게 됐다. 미국의 시장조사 컨설팅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글루텐 프리 식품 시장 규모가 2027년까지 연평균 9.2%의 발 빠른 성장세를 거듭할 것으로 전망됐다. 오늘의 맛있는 이야기는 글루텐 프리 음식이다.
#글루텐 프리 빵은 맛이 없다?
글루텐 프리라는 단어를 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바로 빵이다. 그만큼 글루텐 프리 식품 시장에서 빵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글루텐 프리 베이커리를 찾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글루텐 프리 베이커리가 많이 소개되지만 글루텐 프리 식품이 아닌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오트밀이라고 불리는 귀리를 글루텐 프리 곡물로 잘못 알고 있거나 우리밀을 사용해서 만든 빵을 글루텐 프리 청정 제품이라고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쌀로 만들었다는 빵(쌀은 글루텐 프리 곡물이다)에도 호밀 같은 곡물이 포함됐는데도 글루텐 프리라고 소개된다.
글루텐이 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밀보다 함유량이 크게 적은 편이지만 호밀, 귀리, 보리 등에도 포함돼 있다. 그렇기에 정확하게 알고 판매하고 또 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로 베이커리는 설탕과 밀가루를 끊고 싶지만 빵은 포기할 수 없는 분들, 즉 음식이 주는 즐거움과 건강한 삶 사이의 균형을 원하는 이들에게 좋은 음식은 무엇인가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밀가루 대신 아몬드 가루, 타피오카 가루, 쌀가루 등을, 설탕 대신 에리스리톨과 나한과 추출물 혼합 분말 등의 천연 감미료로 건강을 잡았다. 그리고 수년간 연구 끝에 밀로 만든 빵과 같은 식감을 살려 맛과 건강을 다 잡은 글루텐 프리 베이커리이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판매하고 있어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제품마다 사용하는 식재료들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써니브레드, 금양식방, 메종데쎄종 등도 추천한다.
#대한민국 대표 글루텐 프리 곡물은 메밀
글루텐 프리 곡물에는 병아리콩(이집트콩), 아몬드(견과류), 아마씨, 현미, 수수, 메밀 등이 있다. 이 중 메밀은 해외에서 글루텐 프리 트렌트에 맞춰 몸값이 오르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식재료다. 메밀은 글루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양질의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으며 루틴의 함량이 높아 성인병과 고혈압 예방에 효과적이다. 그리고 메밀의 차가운 성질이 몸의 체온을 내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요즘같이 무더운 날씨에 가장 대중들이 찾는 식재료이기도 하다. 우래옥, 봉피양, 평양면옥, 필동면옥, 을밀대, 정인면옥 등의 공통 키워드인 바로 평양냉면으로 말이다.
서초동 교대역 인근의 위치한 서관면옥은 평양냉면계의 신흥 강자이다. 많은 평양냉면 매장이 중국산 메밀을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100% 국내산으로 한라산 아래 첫마을 메밀을 매일 오전 맷돌로 직접 제분해 면을 반죽한다. 글루텐이 없어 밀가루와는 또 다른 툭툭 잘 끊기는 메밀면만의 풍미와 식감이 돋보인다. 여기에 3일 이내 도축한 신선한 한우로 직접 우려낸 육수 덕분에 입 안 가득 퍼지는 진한 육향을 함께 즐기다 보면 어느새 한 그릇 뚝딱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시원하고 건강한 여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마의 또 다른 변신 이색 글루텐 프리 음식 오코노미야키
글루텐 프리는 결론적으로 글루텐이 들어간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글루텐 프리가 곡물의 대체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굳이 곡물이 아니어도 글루텐이 안 들어간 식재료로 대체할 수 있다.
이색 글루텐 프리 맛집을 찾다가 알게 된 홍대 인근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인 ‘우와’는 밀가루를 먹지 못하는 가족을 위해 시행착오 끝에 ‘마’ 반죽을 개발했다. 밀가루가 아닌 100% 안동산 마를 사용하기에 아삭함보다는 부드러운 식감에 부대끼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히 건강만을 챙긴 것은 아니다. 오코노미야키에 쓰이는 소스는 보통 돈가스소스 같은 데리야키풍의 소스를 주로 사용하지만 토마토소스, 하야시 라이스소스 같은 다른 종류의 소스를 믹스매치해 맛과 건강 비주얼까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글루텐 프리는 글로벌 추세다. 건강을 위한 것도 있겠지만 그만큼 영향을 받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에 더 체계적이고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나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책임감을 가지는 식문화가 중요하다. 알고 먹고 알고 판매하자.
김도훈 핌씨앤씨 대표 fim@fim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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