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지인한테 빌린 5000만원을 5년째 갚지 않고 이자 빚 1300만원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박 후보자 측은 ‘곧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겠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으나 청문회에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19일 박 후보자가 청문회에 앞서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2015년 8월 28일 A씨에게서 5000만원을 생활비 명목으로 빌렸다. 당시 박 후보자는 현직 국회의원 신분이었다. A씨는 통신장비 제조업체 회장을 지낸 인물로 박 후보자에게 정치자금을 꾸준히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후보자는 연 5.56%의 이자를 매월 지급하기로 하고 1년 뒤인 이듬해 8월 27일까지 원금을 갚겠다는 차용증을 썼다. 이 차용증도 최근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현재까지 채무를 갚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용증에 명시된 변제 기일에서 이미 4년 가까이 지난 상태다. 다달이 주겠다던 이자도 주지 않아 1300만원 넘게 미납됐다.
의혹이 불거지자 박 후보자 측은 “2016년이던 변제 기일을 올해 8월 27일까지로 연장한 상태”라며 “차용증을 새로 쓰지 않은 채 구두로만 4년 연장에 합의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매년 국회 공보에 채무로 명확히 신고했으며, 만기 연장 등 상세 합의 내용은 공직자 윤리 시스템에 등록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후보자 측은 “만기일(내달 27일)에 원금과 이자를 모두 지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가 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신고한 재산 가액은 약 17억7000만원이다.
국회의원 고액기부자 명단에 의하면 A씨는 박 후보자에게 2008∼2018년 11차례에 걸쳐 총 5500만원을 후원금으로 냈다. 거의 매년 평균 500만원씩 꼬박꼬박 후원한 셈이다. 이와 관련, A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후보자를 ‘50년지기’라고 부르며 “친구가 급하다고 해서 돈을 꿔준 것”이라고 밝혔다. 친구에게 급전을 빌려줬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취지다.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박 후보자가 재산이 없던 것도 아닌데 2016년 갚기로 해놓고 지금까지 이자 한 푼 주지 않고 그냥 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사실상 불법 정치자금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통합당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박 후보자 청문회 때 이 문제를 철저히 따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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