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민감한 내용, 자료 없다 일관… 제공 충실해야"
2009년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낙마에 결정타를 날린 박지원 전 국정원장 후보자의 정보가 관세청 직원이 불법적으로 받은 자료였다는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박 후보자에게 천 전 후보자의 출입국 기록을 넘긴 직원은 소송 끝에 파면됐다. 인사청문회 단골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바뀐 박 후보자는 관련 자료 요청에 최소한으로 답하면서 민감한 질의는 청문회 당일 답변으로 대신하겠다는 입장이다.
19일 미래통합당이 제출받은 판결문에 따르면 관세청 직원 A씨는 천 전 후보자 가족의 출입국 정보를 유출해 관세청으로부터 해임되자 해임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조일영 부장판사)는 2011년 4월 A씨가 제기한 해임무효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결정하며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 등은 공무원이 고의로 개인정보를 부정 이용하거나 무단유출했을 때 ‘파면·해임’이나 ‘해임·강등’의 징계를 하되 포상 감경을 할 수 있게 하는데 김씨가 2차례 대통령 비서실 표창을 받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징계가 적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2009년 7월 열린 천 전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천 전 후보자와 사업가 박모 씨가 2004년과 2008년 같은 날 두 차례 일본에 출국한 사실을 폭로했다. 박씨는 천 전 후보자에게 15억원을 빌려준 인물로 천 전 후보자와 박씨의 ‘스폰서 관계’가 의심받던 상황이었다. 천 전 후보자가 박씨와 인연에 대해 “가끔 연락하는 사이라고”고 말하자 박 후보자는 출입국 기록을 공개하는 등 ‘스폰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해 천 전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끌어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03년 공무원 임용된 A씨는 2005년 2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 하면서 상사이던 B씨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박 후보자의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긴 B씨는 관세청에 근무하던 A씨에게 2009년 7월 천 전 후보자의 출입국 내역을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여행자정보시스템을 조회할 권한이 있던 동료 직원에게 ‘지인이 국외로 나갔는데 알고 싶다’고 부탁해 천 전 후보자의 출입국 내역을 받아 B씨에게 전달했다. 이어 A씨는 박씨와 천 전 후보자 배우자의 출입국내역을 확인해달라는 부탁을 받자 관세정보행정시스템을 조회할 수 있는 다른 동료 직원에게 ‘가족들의 출입국 내역을 알고 싶다’며 2008년 7월부터 2009년 7월까지 출입국 내역을 확인을 부탁, 해당 정보를 B씨에게 알렸다. A씨가 건넨 출입국 자료는 인사청문회에서 천 전 후보자 낙마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천 전 후보자뿐만 아니라 박씨와 천 전 후보자 가족의 출입국 기록이 정식 자료요청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인사청문회에서 공개되자 관세청은 정보 유출 경위를 확인, A씨를 통해 흘러간 경위를 파악했다. A씨는 관세청 감사관실 조사에서 “출입국내역을 조회할 당시에 천 전 후보자 아내와 박씨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었으며 인사청문회 방송을 보고서야 그들에 대해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관세청은 A씨는 해임, A씨의 부탁으로 정보를 조회한 동료 직원 2명에게는 정직과 감봉의 징계 처분을 결정했다.
박 의원은 당시 한 라디오에 출연해 천 전 후보자 자료의 입수경로에 대해 “저는 의리를 중시하고 어떤 경우에도 제가 책임을 진다. 정당한 의정활동의 산물이고 입수경로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며 “전체 자료를 요청했지만 거의 주지 않고, 주더라도 아주 부실한 자료였다. 청문회 참고자료로 가치가 없어서 저는 제 발로 뛰고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공격수로서 박 후보자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불법적인 자료 입수 때문에 해당 공무원은 해임 판결을 받았다”며 “민감한 내용은 자료가 없다고 하거나 청문회 당일 질의를 해달라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 후보자라면 특히나 자료 제공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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