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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기업의 국내 자산 압류를 위한 대구지법 포항지원 명령의 공시 송달 기한이 내일 0시에 만료된다. 그후 일주일 내에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이 즉시항고를 하지 않으면 주식압류명령이 확정된다. 이 사건은 2018년 10월 우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일본제철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은 원고 측이 제기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그제 “모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가 총동원될 것임을 시사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한국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과 수출규제 품목 확대, 비자 발급 제한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말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가 협정 위반인지를 판단하는 패널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설치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한·일 국장급 수출관리정책대화의 추가 개최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마당이다. 강제동원 기업의 국내 자산 압류가 집행되면 일본 정부의 태도는 더욱 강경해질 것이다. 경색된 한·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까 걱정이다. 일본이 고강도 보복조치를 취하면 우리 정부도 팔짱만 끼고 있기 어려운 처지다. 강대강 대응은 양국 관계에 상처만 입힐 뿐이다. 이제라도 보복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양국 정부가 정치적 이익을 노리고 자국 국민 감정을 부추기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일본은 명분과 실익이 없는 수출규제 조치를 당장 철회해야 마땅하다.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수출규제를 한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다. ‘한국 길들이기’ 차원의 수출규제는 실패작으로 드러나지 않았는가.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 수출 기업들은 매출이 급감했고, 닛산자동차·유니클로 등 일본 기업들은 우리나라의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입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소재 국산화에 성과를 내고 있다. 게다가 10여일 후엔 광복절이다. 일본에겐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일이다. 일본이 결자해지 자세로 해법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전쟁 중인 나라들도 대화는 하는 법이다. 한·일 양국은 대치 상황을 협력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외교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 코로나19 극복 등을 위한 안보·경제·방역 공조가 절실한 시점 아닌가. 양국 정부가 지혜를 모아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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