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美 의회서 '민소매 금요일' 시위 벌여
2월 영국 의회에서는 女 의원 오프숄더 원피스 논란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원피스’ 등원으로 국회에서 적절한 옷차림에 대한 논란이 국내에서 불거진 가운데 세계 각국 국회의 ‘문제 복장’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의사당에서 복장 논란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서구권 국가에서도 의원들의 옷차림을 놓고 수차례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2017년 미국 의회에서는 여성 의원들이 단체로 민소매를 입고 등장했다. 여성 취재진이 민소매와 발가락이 보이는 신발 등 복장 문제로 의회 출입을 거부당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민소매 금요일’ 시위를 벌인 것이다. 미국 의회 규정에는 “남성은 코트와 타이를, 여성은 ‘적절한 의복’(appropriate attire)을 착용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특정 의복을 금지하지는 않지만, 민소매는 관례상 입지 않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여성 의원들이 단체로 민소매를 입고 나타나자 미국에서는 국회에서 적절한 의복이 무엇인가를 놓고 논쟁이 일어났다. 루실 로이벌 알라드 하원의원은 트위터에서 “지금은 1817년이 아니라 2017년”이라며 “여성들은 맨 팔을 드러낼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미국 의사당 건물에서는 민소매를 입은 여성들이 종종 목격된다.
지난해 11월 캐나다에서는 한 여성 의원이 청바지와 후드티를 입고 의사당에 출근했다가 쫓겨나듯 퇴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캐서린 도리온 퀘벡주 의원은 당시 어두운색의 청바지와 모자가 달린 주황색 상의를 입고 등장했다가 다른 의원들의 비판을 받았다. 그러자 그는 “소동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며 급하게 자리를 떴다. 이후 도리온 의원은 한 방송에 출연해 “의회는 국민의 것”이라며 “나는 평범한 사람들을 대표하기 때문에 평범한 옷차림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영국에서는 여성 의원의 오프숄더 원피스가 논란이 됐다. 노동당 트레이시 브라빈 의원은 하원 의회에 출석하며 한쪽 어깨가 드러난 옷을 입었는데, 의회 복장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그는 “음악 행사에 참석했다 오는 길”이라며 “의회 출석이 미리 잡혀 있던 일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갈아입을 옷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브라빈 의원은 문제의 원피스를 자선 경매에 내놨다. 원피스가 3000만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되자 브라빈 의원은 경매 수익금 전액을 여성 단체에 기부했다.
프랑스에서는 한 남성 의원이 축구 유니폼을 입고 국회 연설에 나서자 이같은 복장파괴를 막기 위해 ‘드레스 코드’를 새로 제정하기도 했다. 2017년 12월 급진좌파정당 ‘라 프랑스 앵수미즈’(LFI·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소속 프랑수아 뤼팽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축구팀인 올랭피크 오쿠르의 셔츠를 입고 의회에서 연설했다. 이에 비판과 논란이 들끓었으며 뤼팽 의원은 의회 관습을 어겼다는 이유로 벌금 1300유로(약 170만원)를 물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 하원은 남성 의원들에게 재킷이나 타이를 착용하지 않고 의회에 들어갈 수 있으나 운동복은 입을 수 없다는 복장 규정을 성문화했다. 특히 정치나 광고 문구가 적힌 티셔츠, 특정 직업 관련 유니폼, 종교를 상징하는 옷 착용 등은 금지됐다. 이로써 그동안 관습적 복장 규정만 존재했던 프랑스 하원은 초대 대통령 샤를 드골이 제5공화국을 선포한 1958년 이후 처음으로 의원들에게 복장 규정을 적용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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