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경기 부양을 위한 2차 재난지원금 논의를 일단 보류한 가운데 여권에서는 재난지원금의 지급 범위를 두고 논쟁이 오가고 있다. 1차 재난지원금처럼 전 국민에 지급해야한다는 주장과 재정부담에 따라 이번에는 소득 하위 50%에게만 지급하자는 주장이 맞서는 상황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재원마련에 더 기여한 국민은 빼고 재원기여도가 낮거나 없는 국민만 지원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하며 합리적 이유 없이 상위소득자를 차별하는 것”이라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거듭 촉구했다. 이 지사는 “별 차이도 없는 하위 50%와 하위 50.1%를 구별해 50% 이하는 지원예상액의 2배를 주고 하위 50.1% 해당자를 제외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별적 복지 주장이 나오고 있는 당을 향해 “민주당은 과거 무상급식 등 복지정책에서 보편복지를 주장해 서울시장이 사퇴하는 사태까지 있었는데 갑자기 보편복지에서 벗어나 재난지원금만 선별복지로 해야 한다니 납득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 국민의 뜻은 빈자에 대한 복지지출이 아닌 경제정책인 재난지원금은 공평하게 전 국민에게 지급하라는 것”이라며 “선별차등지급은 안 그래도 코로나로 힘든 국민들에게 심각한 저항과 반발은 물론 국민 간 갈등과 분열을 초래할 것이고 복지확대의 길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재정여력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며 2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소득 하위 50%에게만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런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된다고 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발동이 불가피한 상황이 올 수가 있다”며 “그렇게 되면 경제적인 피해나 생활상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를 것이기 때문에 그때는 (2차 재난지원금에 이은) 3차 지원금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재정들을 다 동원해서 부양해야 될 필요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진 의원은 “올해 우리나라 중위소득을 판별해보면 1인 가구는 월 176만원, 4인 가구 기준으로 하면 375만 원이라고 하는데 그 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모든 가구가 한 1000만 가구를 조금 넘는다고 한다”며 “그런 가구를 대상으로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게 신속한 지원을 하게 하는 근거가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양향자 의원도 이날 YTN ‘출발새아침’에서 “지금까지의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 여력은 다해가고 있고, 또 전례 없는 비상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우리도 한국은행이 직접 발권력을 동원하는 양적 완화도 검토해봐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고 있다”며 “2차 대유행의 초입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기 때문에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이어 “재정 여력이 있고, 필요하다고 하면 신속하게 (지급)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이번만큼은 대상에 있어서 정말 필요한 분들로 한정지어야 하지 않나. 그래서 기준점 마련이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다”고 했다.
당정청은 코로나19 상황이 나날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보다 일단 방역에 집중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황이다. 당·정·청은 전날(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청 협의를 열어 2차 재난지원금 지급 가능성은 열어두면서 코로나19 2차 대유행을 대비한 방역대책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개인적으로 1차(재난지원금) 때 우리가 (전 국민에 지급)해봤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2차 때도 똑같이 나은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는데. 이거는 정밀하게 들여다보면서 논의를 다시 해서 결정을 하는 것이 옳다”며 “당론이 정해지지도 않았고 아직은 좀 이른 감이 있다. 2차 (코로나19) 확산의 정점이 아마 이 달 말쯤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 정점을 지난 뒤에 그리고 경제 성장을 보면서 결정을 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처방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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