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주범으로 꼽히는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모(46)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제3자 뇌물수수,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행정관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김 전 행정관에게 징역 4년을 구형과 함께 벌금 5000만원과 약 3667만원의 추징 명령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금융감독원(금감원) 직원으로서 자기 직무와 관련된 편의를 제공하고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면서 “대형 금융부실 사태와 관련해 개인적 이익을 위해 금감원 내부 문서 유출까지 해 사안이 중하다”며 구형 사유를 밝혔다. 이어 “라임 관련 내부 검사 정보를 달라는 부정 청탁을 받고 직무상 비밀을 2회에 걸쳐 누설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초범으로 범행을 전부 자백하면서 반성하고 있다”며 “추징금 중 상당 부분은 입금을 스스로 했고, 추징보전이 완료돼 수수이익을 모두 반환했다는 사정을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앞서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2월13일부터 올해 2월까지 금감원 직원 신분으로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산하 경제수석실 경제정책비서관 행정관으로 파견돼 근무했다. 검찰 조사결과 김 전 행정관이 김 전 회장에게 라임에 대해 검사를 진행하던 금감원 내부 문서를 열람하도록 하고 3700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김 전 행정관이 지난해 5월 스타모빌리티 법인 카드를 이용해 327회에 걸쳐 2700여만원 상당을 사용했고, 지난해 6월께에는 김 전 회장과 골프를 친 비용을 김 전 회장이 결제하게 한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해 8월에는 술값으로 나온 650여만원을 김 전 회장이 대납하게 한 혐의도 있다.
또 검찰은 김 전 행정관이 자신의 동생을 스타모빌리티 사외이사로 취업하게 해 급여 명목으로 1900여만원을 받도록 하는 등 제3자 뇌물수수 혐의도 있다고 봤다.
김 전 행정관 측은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지만, 라임을 비호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은 반박했다. 돈 많은 고향 친구에게 돈을 받은 정도로 생각했지 일을 도운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김 전 행정관은 검찰 구형 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많은 사람에게 상처준 것을 진심으로 후회하고 반성한다”면서 “금감원과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회장과는 오래된 친구 사이로 매우 가깝게 지내왔다. 금융과 직접 관련 있는 일을 하거나 평소에 부탁하던 친구가 아니어서 경계 끈을 낮췄다”고 덧붙였다.
김 전 행정관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이 오히려 자신이 경솔했다면서 공소사실을 인정하겠다고 했다”면서 “이런 점을 고려해 피고인에게 집행유예 온정을 베풀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언론에서는 피고인에 대해 현 정부의 라임 사태에 대한 비호세력인 것처럼 보도했지만, 실체는 언론 보도와 달랐다”며 “돈 많은 친구가 술값, 밥값 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행정관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18일로 예정됐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