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 테이핑하고도 2골1도움
리그 6골… 득점 공동선두에 올라
차붐 넘고 한국인 최초 100호 골
“내 햄스트링에 마법이 일어났다”
리버풀, 애스턴 빌라戰 7실점 굴욕
지난달 27일 열린 토트넘과 뉴캐슬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 뒤 한국 축구팬들에게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올 시즌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던 손흥민(28·토트넘)이 전반 종료 뒤 교체됐고, 경기 후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이 기자회견을 통해 손흥민이 햄스트링 부상이라고 밝힌 것이다. 그나마 부상이 경미해 곧 있을 10월 A매치 기간 이후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지만, 그래도 우려는 남았다. 부상이 폭발적인 가속을 바탕으로 플레이를 펼치는 손흥민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탓이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시점에 이런 우려가 모두 사라졌다. 손흥민이 놀라운 회복력으로 예정보다 훨씬 일찍 그라운드로 돌아와 변치 않는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의 복귀 무대는 5일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20~2021 EPL 4라운드 원정 경기. 모리뉴 감독이 2018년까지 맨유를 이끌었기에 ‘모리뉴 더비’로도 관심을 끈 이 경기에 손흥민이 선발 출전 명단에 전격 포함됐다. EPL에서 가장 힘겨운 곳으로 평가받는 구장 원정에 맞춰 모리뉴 감독이 비장의 카드로 ‘에이스의 깜짝 복귀’를 준비한 것이다.
이런 만반의 준비에도 토트넘은 킥오프 1분 만에 페널티킥을 허용해 0-1로 뒤졌다. 다만 불리한 시간을 오래 이어가지는 않았다. 탕귀 은돔벨레가 전반 4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동점골로 균형을 맞춰준 덕분이다.
이후 ‘에이스’ 손흥민의 화력쇼가 본격화됐다. 전반 7분 해리 케인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 지역 왼쪽으로 침투한 뒤 왼발로 날린 슈팅이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그동안 유독 득점운이 없었던 맨유 상대로 만들어낸 첫 골이다. 여기에 전반 30분 케인의 추가 골을 도우며 어시스트를 하나 적립하더니 맨유 공격수 앙토니 마시알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한 직후인 전반 37분 세르주 오리에의 패스를 받아 또 한 골을 만들어냈다.
전반에만 4-1 리드로 승기를 굳힌 토트넘은 후반 6분 오리에의 추가골과 후반 34분 케인의 페널티킥 골로 무려 6-1 대승을 거뒀다. 손흥민은 후반 28분 모리뉴 감독의 격한 환영을 받으며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허벅지에 테이핑하고 뛰면서도 평소와 전혀 다름없는 속도와 슈팅력을 보여준 그는 이날 활약으로 팬들의 부상 우려를 말끔히 털어냈다.
이날 리그 6골로 도미니크 칼버트-르윈(에버튼)과 함께 득점 공동선두로 올라선 손흥민은 한국축구의 새로운 이정표도 세웠다. 분데스리가와 EPL을 거치며 통산 100골째를 채운 것.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20골을 터뜨린 그는 2013년 레버쿠젠으로 팀을 옮겨 21골을 더 넣은 뒤 2015년 EPL 토트넘으로 이적해 무려 59골을 넣었다. 이로써 분데스리가 1부리그에서만 98골을 넣은 차범근을 넘어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유럽 5대 빅리그에서 통산 100골을 넣은 최초의 한국선수가 됐다.
여러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든 경기에 손흥민도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경기 뒤 “내 햄스트링에 마법이 일어났다”면서 “분명히 난 다쳤고 이를 걱정했지만 이번 빅매치에 뛰고 팀을 돕고 싶었기에 치료를 잘 받았고 훈련을 열심히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활약은 맨유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에서 이뤄낸 것이라 더욱 각별했다. 손흥민은 “박지성이 이곳에서 뛰었기에 내게는 특별히 더 의미가 있다”면서 “개인적으로도 정말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EPL의 전통 명문 맨유가 6실점 굴욕을 맛본 같은 날 또 다른 명문이자 지난 시즌 챔피언인 리버풀은 애스턴 빌라와의 원정 경기에서 7실점하며 2-7로 패했다. 에이스 공격수 사디오 마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과 골키퍼 알리송 베커의 부상 등으로 주전 공백이 있었지만 지난 시즌 17위 팀에 당한 대패라 축구팬들에게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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