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는 전날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 이어 이틀 연속 ‘이재명 국감’으로 탈바꿈했다. 여권 대선후보 지지율 수위를 달리는 이 지사의 핵심사업인 기본주택을 비롯해 국가균형발전, 국가채무비율에 대한 견해를 묻고, 부동산정책과 남북협력 문제 등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를 요구했다.
2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토위 국감은 거친 설전으로 점철됐다. 이 지사가 야당인 국민의힘을 가리켜 지난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국민의 짐’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거친 발언이 오갔다. 야당의원들은 이 지사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고발까지 운운하며 감사중단을 선언했다. 반면 이 지사는 “사과는 마음에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맞섰다.
◆ “‘국민의짐’ 발언, 고발도 가능” vs “선의에서 한 말”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은 “국회에 대한 태도에 대해 할 말이 없느냐. 제1야당에 대한 예의를 지켜달라”고 요구했고, 같은 당 이헌승 의원과 송석준 의원, 김은혜 의원도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라며 유감 표명을 요구했다.
결국 이 지사는 “‘그러지 않길 바란다’는 선의에서 한 말인데, 듣는 사람 입장에선 상처받을 수 있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렇게 양측의 신경전은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갈등은 ‘아버지 없는 아들’ 발언으로 이어졌다. 김 의원이 ‘도지사 법인카드 내용과 비서실 크기 변동사항’에 관한 자료를 요구하자, 이 지사는 “자치사무에 관한 것이어서 (자료 제출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김 의원은 “아버지(국가) 없는 아들(지자체)이 있느냐”며 앞선 이 지사의 국감 거부 발언을 상기시켰다.
결국 정회된 감사는 오후 2시에 속개됐다.
이날 이 지사에게 줄기차게 예의를 갖출 것을 요구한 김 의원은 전날 국회 행안위의 야당의원들처럼 경기 광주시 봉현물류단지 인허가와 관련해 이 지사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관계를 파고들었다.
김 의원은 옵티머스가 제출한 서류들이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한 뒤 이런 문건들이 정식으로 접수된 경위를 묻기도 했다.
또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이 지사가 검찰총장 출신인 채동욱 옵티머스 고문과 만난 것을 두고 “기억을 되살려보라”며 청탁 여부를 거듭 캐물었다.
이에 이 지사는 “국감과 관련된 질의가 아니다. 제 기억은 의원님과 같지 않다”며 맞섰다.
결국 이 지사는 “도의 원칙은 간단하다. 물류단지가 몰린 경기 동부에선 신규 허가를 억제하고 북부로 유치하는 것”이라며 “국정감사는 팩트로 해야 한다. 사실을 왜곡하고 억울한 사람을 음해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급물살’은 무슨 급물살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의 해명에 걸린 시간은 3분30초가 넘었다.
◆ “대법 판결 앞두고 전직 검찰총장 왜 만났나” vs “국감은 팩트로 해야”…이 지사 3분30초간 해명
한편 이날 여당 의원들은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이 지사에게 국가균형발전 등 가치관과 관련된 질문을 집중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은 “기본소득과 기본주택, 기본자산 관련 기본 시리즈로 선도적인 정책들을 구상하시는 모습을 나름대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평화시대를 대비한 경기도 차원에서 이 지사의 평화로드맵과 구상을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같은 당 김윤덕 의원도 “이 지사의 기본주택이 공공주택의 기존 이미지가 상당히 좋지 않은 측면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지사가 생각하는 국가균형발전의 큰 틀에 대해 이야기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야당의원들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이나 해양수산부직원 피랍사건 등을 언급하며 정부에 대한 비판을 유도했다.
송석준 의원은 “연평도 해상에서 우리 공직자인 해수부직원이 근무 중 실종됐다. 북한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랍돼 사살되는 만행이었다”며 이 지사의 생각을 캐물었다.
그는 또 “주택정책 관련해 이낙연 민주당 대표께서 주택정책의 잘못을 시인하고, 대전환하겠다고 했다. 동의하느냐”고 언급했다.
같은 당 송언석 의원도 “이 지사는 국가채무비율이 우리나라가 굉장히 낮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대권을 꿈꾸는 이 지사께서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공격했다.
이에 이 지사는 “경기도에서도 남북균형이나 중심과 외곽의 균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주택정책은 이낙연 대표의 ‘반성’ 입장과 달리) 더 강화해야 한다”며 소신을 피력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