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20일(현지시간) 동맹국을 상대로 “무임승차는 안 된다”면서 국방분야 투자를 촉구했다. 한국을 특정한 것은 아니지만 동맹의 실질적 기여를 강도 높게 요청한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이 주최한 화상 행사에서 ‘강대국 경쟁 시대에 미국 동맹과 파트너십 강화’를 주제로 연설을 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을 상대로 집단안보에 더욱 기여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는 나토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동맹이 국방에 더 투자하기를 기대한다”며 국내총생산(GDP)의 2%를 최소한의 기준치로 제시했다.
에스퍼 장관은 “우리는 또한 문제가 있을 때 그들(동맹)이 배치에 준비되고 (그럴) 능력이 있고 의향이 있기를 기대한다”며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중국의 나쁜 행동과 러시아의 공격성 대응에 있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1세기에 점점 복잡해지는 위협을 극복하고 우리의 공동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우리의 공동 안보에 무임승차자는 있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에스퍼 장관은 중국 및 러시아를 주요 경쟁국으로 꼽으면서 “동시에 우리는 북한과 이란 같은 불량국가로부터의 진행 중인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앞서 에스퍼 장관은 지난 14일 서욱 국방장관과의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도 “한국이 집단 안보에 더 많이 기여하길 촉구한다”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 내의 새로운 협의체 ‘쿼드 플러스’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유럽 지역 외신기자들과의 전화 간담회에서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고 있는 4개국 협의체 ‘쿼드’와 관련해 ‘한국 등에 쿼드 확장 협의체인 쿼드 플러스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느냐’는 질문에 “쿼드는 여전히 그 자체로 다소 정의되지 않은 실체여서 확장에 관해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쿼드 확장을 위한 계획된 정책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시간의 흐름 속에 더욱 본격화되어야 하고 어느 시점에는 공식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라며 “구성원들의 주권과 번영을 보장하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역내 어떤 나라와의 협력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반(反)중국 연대 강화를 위해 쿼드 확대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을 끌어들이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놓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비건 부장관은 “태평양 국가들 사이에, 인도·태평양 내에 강화할 가치가 있고 협력 확대로 나아가는 많은 연합체가 있다”며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은 일본·한국·호주·태국 같은 파트너들과 상호 방위협정을 맺고 있고, 그 지역에 있는 나라들과 우리의 관계는 군사훈련과 같은 협력적인 행동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도·태평양에 있는 많은 국가 사이엔 자연스러운 친밀감이 있다”며 “예컨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고 회복 계획을 수립하려 미국·인도가 수개월 간 협력을 했을 때 거기엔 양국만이 참여한 게 아니다. 일본,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 호주의 카운터파트들과도 연결됐다”고 말했다.
비건 부장관은 “쿼드는 안보 부문, 특히 자연재해 등에 공동 대응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안보 영역 밖에서 더 강한 협력을 유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그조차도 일종의 자연스럽게 정의된 그룹은 아니다”라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아래 방글라데시 같은 남아시아 국가, 아세안 국가들을 포함한 많은 다른 파트너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위한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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