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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별세하면서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주축으로 한 ‘이재용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2014년 5월 이 부회장이 쓰러진 이후부터 이 부회장이 사실상 삼성을 이끌어 오긴 했지만, 향후 지배구조 개편 방식과 시점에도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지분율 4.18%),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900주(0.08%), 삼성SDS 9701주(0.01%), 삼성물산 542만5733주(2.86%), 삼성생명 4151만9180주(20.76%) 등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3일 종가기준 약 18조2251억원이다.
이 회장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만 상속해도 세금 부담이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 등과 특수관계인인 상황 등을 고려하면 경영권 할증률 20%가 추가로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법률에 따라 성실하게 증여·상속세를 납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계기로 주주회사 체제 등 지배구조 개편에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그룹 핵심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이고,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을 약 20% 보유하고, 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실질적 최대주주 역할을 하며 경영권을 갖춘 체제다. 이 회장이 보유하던 주식 중 상당수를 처분한다고 해도 현재 지배구조의 틀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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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당에서는 삼성 지배구조와 맞물린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을 총 자산의 3% 외에는 모두 매각해야 한다. 이 보험업법 개정을 감안해 추후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두고 이 회장의 주식을 처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 부회장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과 국정농단 뇌물혐의 파기 환송심 등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을 단기간에 추진하기보다는 장기 과제로 설정해놓고 순차적인 로드맵에 따라 시행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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