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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전략 먹혀들까

입력 : 2020-11-16 17:06:06 수정 : 2020-11-16 17: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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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경제다’ 문패 내걸고 유권자 공략 나서
‘검찰개혁’ 매몰된 현 정권 식상함 깨뜨릴 수도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부동산 문제를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가 여당인 공화당 후보이자 현직 대통령인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을 향해 던진 야유다. 당시 공화당 행정부는 옛 소련 등 공산 진영과의 냉전에서 거둔 승리를 비롯해 안보상 성과를 정권의 최대 치적으로 내세웠다. 이에 민주당 캠프는 ‘그게 뭐 그리 대단하냐, 이제 중요한 건 민생’이란 구호로 맞불을 놓았다. 민생경제 재건을 앞세운 클린턴 후보가 새 대통령에 당선되며 로널드 레이건에서 아버지 부시로 이어진 공화당 정권 12년 통치는 막을 내렸다.

 

보수진영의 대권 잠룡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제’를 화두로 내걸고 정계에 복귀했다. 28년 전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외치며 정권교체를 이룬 클린턴 캠프처럼 유 전 의원도 ‘결국은 경제다’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에 새로 연 ‘희망22’ 사무실에서 부동산 문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20대 국회 임기 종료 후 약 6개월간 두문불출한 끝에 마련한 첫 정치 일정이다.

 

유 전 의원은 인사말에서 “오는 2022년 대선에서 경제가 제일 큰 이슈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며 토론회를 ‘결국은 경제다’ 시리즈로 기획한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다 알지만 욕만 해서는 안 된다고 많은 분이 이야기하지 않나”라며 “국민은 정치가 더 나은 세상, 자식들에게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줄 수 있느냐를 본다. 그중 한 가지가 경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이 걷어차고 끊어버린 주택 문제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며 “‘이 사람들이 집권하면 먹고사는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겠다’라는 희망을 국민께 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미국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왼쪽·1989∼1993년 재임)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1993∼2001년 재임). 1992년 대선에서 두 사람이 각각 공화당, 민주당 후보로 맞붙었을 때 민주당 클린턴 후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유명한 구호를 앞세워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990년대 초 미국인들은 소련을 무너뜨리고 냉전에서 이겼다는 승리감에 잠시 도취했으나 곧 그를 위해 천문학적 액수의 국방비를 쏟아부은 사실을 깨닫고 경악했다. 늘어난 국방 예산만큼 팍팍해진 살림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냉전 종식이 뭐 그리 중요한가, 먹고 사는 문제가 최고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이럴 때 정부·여당을 향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외친 클린턴 후보의 도전적 언행은 많은 유권자들에게 통쾌감을 선사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포스트 문재인’ 시대를 이끌 차기 대권 주자들은 아마도 “우리는 검찰과 싸워 이겼다”면서 검찰개혁 등을 문재인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고 재집권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명확하진 않으나 유 전 의원의 전략은 검찰개혁 운운하는 여권을 향해 ‘그게 뭐 그리 대단하냐, 이제 중요한 건 민생’이라고 맞불을 놓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여겨진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검찰개혁에만 매달리는 정부·여당을 향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외쳤을 때 상당수 유권자가 신선함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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