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참여시간 132→77시간으로 줄어
학력에 따른 참여율도 양극화 더 심해져
중졸·대졸간 격차 19%P→22%P로 확대
문화예술 등 프로그램 수 편중도 문제
전문가 “현대 노동시장 갈수록 고도화
개개인 종합 역량 강화할 학습 필요”
정부, 2024년 이력 통합관리체계 구축
“무엇인가 부지런히 찾아 헤매긴 했는데, 정작 명쾌하게 정리된 것이 없음과 봇물처럼 쏟아지는 생명과학 관련 전문용어들은 비전공자의 가장 큰 부담이었습니다. 1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품고 있던 풀리지 않던 수수께끼는 예상치 못했던 곳, 케이무크(K-MOOC·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에서 그 해법의 실마리가 풀렸습니다.”
이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지난해 진행한 케이무크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강창용(58)씨 수기 중 일부 내용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16년여 전부터 유기농업(지속가능한 농사를 지향하는 대체농법) 일에 매진해온 강씨는 케이무크를 접하면서 생명체 에너지 대사, 미생물 등 관련 부문에 대한 체계적 개념과 용어를 습득해 원서 논문을 읽어나가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케이무크는 2015년 교육부 주도로 개설된 홈페이지에 국내 주요 대학들이 무료로 제공 중인 온라인 강의다. 우리나라 성인의 평생교육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성인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계속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모습이 양적 확대에만 그치는 특성을 보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평생교육은 복지 향상이란 측면에서만 평가해선 안 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인구절벽 시대에 국민 개개인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 학습의 질까지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참여율은 늘었지만 1인당 참여시간은 줄었다
17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공식조사가 이뤄진 2007년 평생학습 참여율이 29.8%이던 데서 지난해 43.4%를 기록했다. 그간 13.6%포인트 증가한 셈이다. 평생학습 참여율이란 1년간 평생학습을 경험한 인원의 비율이다. 지표 특성상 참여의 질에 대한 평가가 어렵다.
질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로, 평생교육 참여 인원의 1년간 참여시간을 참고해 볼 수 있다. 평생교육 참여 인원 중 비형식교육(학교교육 외 조직적인 교육활동) 참여자의 1인당 참여시간은 그간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2007년 전체 평균 132시간이던 데서 지난해 77시간까지 낮아졌다. 무려 41.6%나 줄어든 것이다. 다만 비형식교육 미참여자를 포함한 한국 성인 전체를 기준으로 하면 참여시간량 평균의 감소폭이 크게 줄어든다. 2007년 35시간에서 2019년 33시간으로 5.7%가량 감소하는 모습이다.
시간당 학습비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도 현재 이뤄지는 평생교육의 질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하는 요인이다. 2007년 비형식교육 참여시간당 자기부담학습비를 100으로 봤을 때 지난해 학습비는 125로 나타났다. 25.0% 늘어난 셈으로 비용만 따졌을 때 평생학습 문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학력 따른 참여율 양극화·교육내용 불균형
우리나라 평생교육은 계층 간 격차나 내용상 균형이란 측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졸 이하와 대졸 이상의 평생학습 참여율 격차는 2010년 19.1%포인트이던 데서 2019년 22.3%포인트로 오히려 늘어났다. 고졸과 대졸 이상 격차 또한 같은 기간 13.2%포인트에서 15.7%포인트로 증가세를 보였다. 평생교육에도 학력에 따른 양극화가 진행되는 모습이다.
고영상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연구개발특임센터장은 최근 ‘한국판 뉴딜 성공을 위한 사람투자 방안’ 보고서에서 “저학력 집단은 사회변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이고 평생교육의 필요성이 더 강조되는 계층임에도 불구하고 참여 증가 속도가 고학력 집단보다 낮다”며 “미래 한국사회에서 계층 간 역량 차이가 더 크게 일어날 수 있고 결국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계층 양극화의 확대재생산 여지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생교육 내용의 불균형 또한 한계로 지목되는 부분이다. 평생교육법은 학력보완, 성인기초·문자해득, 직업능력향상, 인문교양, 문화예술, 시민참여를 평생교육 6대 영역으로 정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성인 1만명당 영역별 평생교육 프로그램 수를 보면 직업능력향상과 문화예술이 각각 18개, 13개로 10개 이상을 기록한 반면 성인기초·문자해득과 시민참여는 모두 0개로 큰 차이를 보였다.
고 센터장은 “학력보완, 인문교양, 시민참여 등 종합적인 역량의 증진이 없는 직업능력 향상은 단순노동력 재배치 수준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며 “노동시장이 점차 고도화되는 사회에서 사회경제적 현상 유지를 넘는 효과를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최근 평생교육과 관련해 온라인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학습·훈련 이력을 종합관리할 수 있는 ‘평생배움터’ 구축에 착수했다. 2024년 개통이 목표다. 여러 플랫폼에 흩어진 콘텐츠를 평생배움터에서 간단한 검색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또 평생배움터를 거친 콘텐츠 이용 이력을 체계적으로 축적해 인공지능(AI) 분석을 통한 맞춤형 콘텐츠 제공·학습경로 설계 등 지원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국가 41% 성인교육 예산 제자리… 17%는 되레 줄어”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특정 세대의 인재만을 양성하는 기존 교육을 보완하는 평생교육의 대두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이미 2015년 유엔(UN)총회에서 2016∼2030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함께 이행하기로 한 지속가능발전목표 17개 중 하나가 바로 ‘양질의 교육 보장과 평생교육 기회 장려’다.
유네스코(UNESCO) 평생학습연구소가 지난해 펴낸 ‘제4차 유네스코 성인학습 및 교육에 관한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관련 조사에 응답한 147개국 중 66%가량이 2015년 이후 성인학습 및 교육 정책에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됐다. 30% 가까운 44개국은 관련 정책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학습 및 교육 거버넌스(국정관리 체계) 관련 조사에 응답한 137개국 중 75% 이상인 103개국이 해당 부문이 향상됐다고 보고했다. 지역별로 보면 아랍권 국가에서 89% 수준으로 가장 큰 진전을 보였다.
다만 실제 성인학습 및 교육에 대한 재정 투자는 실질적인 개선이 더딘 모습이었다. 2016년 공개된 3차 보고서 조사 당시 57% 수준의 국가가 성인학습 및 교육 관련 예산 증액 계획이 있다고 보고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49개국 중 41% 수준인 61개국이 2015년 이후 관련 예산 비중 변화가 없었다고 응답했다. 예산 비중이 늘었다고 보고한 곳은 28% 수준인 42개국에 그쳤다. 약 17%에 해당하는 25개국은 오히려 그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성인학습 및 교육 분야 예산 지출은 저소득 국가뿐 아니라 중간소득, 고소득 국가 모두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는 게 이 보고서 내용이다.
다만 성인학습 및 교육의 질적 측면에서는 전체 응답국의 75% 수준인 107개국이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전체 150개 응답국 중 약 75% 수준인 113개국이 ‘커리큘럼 기준 개발’ 부문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답했다.
성인학습 및 교육 참여율 관련해서는 응답한 152개국 중 절반 이상인 57% 정도가 증가했다고 추정했다. 약 28%는 변화가 없었다고, 9% 수준에 해당하는 13개국은 참여율이 오히려 줄었다고 보고했다.
유네스코 평생학습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성인학습 및 교육 참여 기회는 놀라울 정도로 균등치 못하다”며 “성인학습과 교육을 지속가능한 경제 및 사회 달성을 위한 노력의 중심에 두고, 이것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통합적 해결방안 개발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