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테크노밸리 산업단지 갖춰
일산 조성 후 30년째 ‘베드타운’
주민 “정책투자 안해 낙후” 반발
전세난 해소용 호텔개조 주택에
야권 “호텔 단칸방… 황당무계”
1기 신도시인 경기 성남시 분당과 고양시 일산의 아파트 매매가격 차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두 지역 간 아파트값 격차가 2배 넘게 벌어지면서 일산에서 아파트 3채를 팔아야 분당에서 1채를 살 수 있게 됐다.
18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가격 동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5월 분당구의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246만3000원, 일산동구는 1324만4000원으로 921만9000원 차이가 났다.
올해 10월 기준으로는 분당구는 3839만8000원, 일산동구는 1472만5000원으로 집계돼 격차가 2367만3000원으로 벌어졌다. 3년 5개월 만에 두 지역 간 가격차가 2.56배 뛴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분당구 서현동 시범한신(84㎡)의 경우 2017년 5월 6억7900만원에 팔렸는데, 지난달에는 13억4800만원에 매매가 이뤄지며 매매가격이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같은 면적의 일산동구 마두동 강촌마을(라이프)은 2017년 5월 4억3900만원에서 지난달 5억6000만원으로 매매가격 상승률이 27.6%에 그쳤다.
같은 1기 신도시임에도 분당과 일산의 집값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은 교통, 주변 일자리 등 인프라 수준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분당은 서울 강남과 가까운 입지조건에다, 인근 판교 테크노밸리 등 산업단지를 주축으로 풍부한 일자리를 갖춘 자족도시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산은 30년째 서울 출퇴근을 위한 ‘베드타운’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테크노밸리와 영상밸리 조성 계획 등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을 비롯한 광역교통개선 대책 추진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일산 지역주민들은 정부가 분당에 비해 정책적 지원을 하지 않아 지역개발이 늦춰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일산과 멀지 않은 창릉지구를 3기 신도시로 지정하면서 반감이 더 커진 상황이다.
최근엔 20대 국회까지 일산에서 지역구 의원을 지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저희 집 정도는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해당 주민들이 규탄 성명을 내기도 했다. 디딤돌 대출은 5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만 가능한데, 이는 사실이 아닌 데다 김 장관이 집값이 낮다는 점을 부각하며 자산가치를 조롱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임대차법 시행을 계기로 심화한 전세난 해소를 위해 19일 서민·중산층 주거안정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내년 1분기까지 10만가구 수준의 대규모 공공임대 물량을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시간에 임대주택을 새로 짓는 게 불가능한 만큼 기존 주택을 매입하거나 오피스텔, 상가건물, 호텔 등을 개조해 전·월세로 전환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야권은 정부가 준비 중인 전세대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호텔을 전세 주택으로 만든다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황당무계 그 자체”라며 “국민이 원하는 건 마음 편히 아이들을 키우고 편히 쉴 수 있는 주거 공간이지 환기도 안 되는 단칸 호텔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관광지역 호텔을 레지던스 호텔로 바꾸거나 아파트로 개조하는 행태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전날 관훈토론회에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뼈아픈 패착’이라고 표현한 것을 거론하며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임대차 3법’부터 원상복구하고, 패착을 야기한 23회의 부동산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적했다.
박세준·곽은산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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