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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흑인 美국방장관’ 지명 오스틴, 파월과 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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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2-11 10:57:40 수정 : 2020-12-11 10: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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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출신이지만 ‘외교’ 중시하는 점은 공통적
‘주한미군 근무’ 파월 VS ‘중동 전문’ 오스틴
미국의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왼쪽)과 로이드 오스틴 새 국방장관 지명자. 세계일보 자료사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의해 차기 행정부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로이드 오스틴(67)은 만약 상원 인준을 거쳐 정식 취임하면 미 역사상 첫 흑인 국방장관이 된다는 점에서 역시 흑인 최초의 국무장관이었던 콜린 파월(83)을 연상시킨다. 파월은 비록 외교 수장인 국무장관을 지냈으나 오스틴과 마찬가지로 육군 4성장군 출신의 예비역 대장이란 점에서 둘은 닮은 점이 무척 많다.

 

물론 파월은 보수 색채가 짙었고 실제로 공화당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반면 오스틴은 정치적 성향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며 이번에 민주당 대통령 당선인에 의해 국방장관에 내정됐다는 점에서 차이도 있다.

 

◆軍 출신이지만 ‘외교’ 중시하는 점은 공통적

 

11일 외신 등에 따르면 파월은 공직 생활 내내 ‘흑인 1호’ 기록을 달고 다닌 선구자였다. 1989년 흑인 장성으로는 처음 미군 ‘서열 1위’ 합참의장에 발탁돼 1993년까지 4년간 재임했고 퇴역 후 8년이 지난 2001년에는 국무장관에 기용되며 역시 ‘흑인 1호’ 외교 수장의 기록을 세웠다.

 

오스틴 역시 미 상원의 임명동의를 받아 국방장관이 되면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국방장관이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두 사람은 군인 출신이지만 전쟁 같은 군사적 수단보다는 외교를 우선시한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보수적인 파월은 공화당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2001∼2005)을 지냈고 이 기간 미국은 이라크와 전쟁을 치렀다. 당시 파월은 ‘강경파’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과 의견 차이가 제법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언론은 파월을 “상대적으로 온건했다”고 분석했다. 체니나 림즈펠드가 ‘매파’였다면 파월은 ‘비둘기파’에 더 가까웠다는 얘기다. 결국 파월은 부시 행정부 2기(2005∼2009) 내각에는 참여하지 않고 2005년 국무장관직을 내던졌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새 국방장관 지명자가 장관직에 지명된 직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오스틴은 파월과 달리 정치적 성향이 거의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다만 이번에 민주당 행정부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그가 ‘강성 보수’는 아니라는 점이 명확해졌다. 사실 그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대장으로 진급해 육군참모차장, 중부사령관 등 요직을 지낸 바 있다.

 

바이든 당선인에 의해 국방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오스틴은 “국방부의 역할은 안정을 유지하고 공격을 저지하는 것”이라며 “오랫동안 전 세계 외교 동료·파트너들과 손을 맞잡고 협력했고 함께 성취할 수 있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동맹국들의 이익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군사적 수단 못지않게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한미군 근무’ 파월 VS ‘중동 전문’ 오스틴

 

물론 둘 사이에는 차이점도 있다. 파월은 민간 대학에서 학생군사교육단(ROTC) 과정을 이수하고 육군 소위로 임관, 대장까지 진급한 드문 케이스다. 미 역사상 ROTC 출신 합참의장은 그가 처음이었다. 반면 오스틴은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를 다닌 전형적인 군인이다.

 

파월은 흔히 ‘펜타곤’으로 불리는 국방부 본부에서 오래 근무한 ‘기획통’ 군인이다. 그는 초급 지휘관 시절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경험이 있으나 장성 진급 후 세계 곳곳에서 미군의 실제 작전 수행을 담당하는 통합사령부를 지휘한 이력은 없다. 주로 정책 입안과 대(對)의회 업무 등을 담당하다가 합참의장까지 진급했다.

 

반면 오스틴은 야전에서 잔뼈가 굵은 전형적인 ‘작전통’이다. 미 육군의 최고 정예부대로 통하는 제82공수사단에 복무했고 주(州)이라크 미군 사령관을 거쳐 국방부 직할 통합사령부의 하나인 중부사령부 사령관을 역임했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중부사령관 시절 테러 집단인 이슬람국가(IS) 세력을 소탕하는 작전 수행에 앞장섰다.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05년 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내용의 발표를 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이해도도 차이가 난다. 파월은 앞서 얘기했듯 베트남전쟁에 참전했고 주한미군 2사단에서도 대대장으로 복무하는 등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이해가 깊다. 합참의장 시절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와 달리 오스틴은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식견이 그리 깊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주독미군에서 복무한 적이 있을 뿐 주한미군과는 인연이 없다. 장성 진급 이후로는 이라크 등 중동 지역에서 주로 활약했다. 그가 바이든 행정부 초대 국방장관에 지명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국내 언론에선 “한국을 너무 몰라 향후 북한 관련 정책이나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모르겠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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