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하며 국내 ‘미투(Me too)’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47·사법연수원 33기) 검사가 정의당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어제오늘의 뉴스들로 쿵 하고 떨어지던 심장이 결국 어질어질해진다”는 심경을 밝혔다.
25일 서 검사는 페이스북에 “여전히 관공서, 정당, 사무실, 거리 하물며 피해자 집안에서까지 성폭력이 넘쳐나고 여전히 많은 여성이 차마 입을 열지도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피해자에 대한 조롱과 음해와 살인적 가해가 넘쳐난다”라며 “과연 우리는 무엇이 달라졌을까”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또 이 글에 ‘박 시장 때는 가만히 있더니’라는 조롱 글이나 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한 기사에는 서 검사가 예상했던 댓글들이 달렸다. 앞서 지난해 7월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을 당시 일각에서 입장표명을 요구했지만 서 검사는 “뻔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누구 편인지 입을 열라 강요하는 것에 응할 의사도, 의무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N번방 같은 조직적 성폭력 외에 다른 성폭력 사건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온 것은 사건의 내막을 잘 알지 못하고 너무나 괴롭기 때문”이라면서 “나에게는 다른 피해자들의 고통을 마주 대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치유의 과정’이 전혀 없었고, 아직도 ‘내 자신의 존엄'을 지켜내기 위한 처절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 검사는 자신의 ‘미투’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서 모든 사실관계를 인정했음에도 가해자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적도, 사과한 적도 없다”며 “검찰은 어떠한 징계도 하지 않고 있고, 동일하게 민사 소멸 시효도 끝나간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조직적으로 가열찬 음해를 했던 검찰 노력의 성공으로 정치권과 언론은 여전히 나를 '정신병자', '미친 X'로 알고, '정치하려고 한 일', '인사 잘 받으려고 한 일'로 치부한다”며 “제발 피해자들 좀 그만 괴롭히라”며 글을 맺었다.
앞서 서 검사는 3년 전인 지난 2018년 1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안 전 국장은 서 검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었다는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난해 10월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성추행 혐의는 고소 가능 기간이 지나 적용되지 않았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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