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찰총장 지시 필요 없어”
임 “한명숙 사건서 직무배제” 주장
대검 “임에 배당한 적 없어” 강조
주임검사에 대검 감찰3과장 지정
최근 대검찰청이 임 연구관에 수사권을 부여한 ‘겸임발령’의 법적 근거를 물은 데 대해 법무부가 2일 “문제없다”고 답하며 그간의 위법성 의혹을 반박했다. 대검은 조사를 맡아온 부서의 의견을 토대로 한명숙 전 국무총리 관련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대해 이날 감찰 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했다. 임 연구관은 곧바로 “직무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법무부와 대검이 임 연구관 수사권 행사를 두고 또다시 날을 세웠다.
법무부는 이날 임 연구관의 수사권 행사 근거로 “검찰청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인사발령으로 임은정 검사에게 수사권이 부여됐으며, 수사권 부여에 관한 검찰총장의 별도 지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검은 비위감찰 업무를 담당하는 다른 검찰연구관들과는 달리 그동안 임 연구관에게 수사권이 부여되는 일선청 검사 직무대리 근무명령을 내주지 않았다”고 했다. 대검은 지난달 25일 법무부에 ‘임 연구관에게 수사권을 준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해달라’고 질의했다.
임 연구관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이던 지난해 9월 대검 검찰연구관(감찰정책연구관)으로 인사발령 났다. 추 전 장관은 임 연구관에게 대검찰청 사무분장 규정에도 없는 ‘감찰정책연구관’이라는 비직제 사무를 맡겼다. 법무부는 지난달 22일 임 연구관을 서울중앙지검으로 겸임발령을 내 수사권까지 부여했다.
최근 5년 동안 대검에서 감찰업무를 담당한 검사 중 임 연구관처럼 겸임발령을 받은 전례는 없다. 임 연구관은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역할인 검찰연구관 자격으로 대검으로 인사 명령이 났지만 사실상 한 전 총리 관련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재수사하는 ‘한명숙 구하기’ 임무를 띠고 발령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간 이 사건은 대검 감찰3과가 맡아왔다.
대검은 이날 “검찰총장이 임 연구관에게 사건을 배당한 적이 없고, 오늘 처음으로 대검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했다”며 “또 검찰총장은 임 연구관을 포함해 현재까지 사건 조사에 참여했던 검사들 전원의 의견을 취합해 보고하도록 감찰3과장에게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관은 이같은 사건 배당에 대해 즉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총장 최측근 연루 의혹이 있는 사건에 대한 총장의 직무이전 지시가 사법정의와 총장을 위해서나 매우 잘못된 선택이라 안타깝고 한숨이 나온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 사건과 별개로, 향후 임 연구관이 ‘겸임 발령’에 따라 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절차적 문제를 동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사는 검찰청법에 따라 기본적으로 범죄수사, 공소제기, 재판 집행 지휘·감독 등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소속 기관과 맡은 직책에 따른 사무분장에 따라 구체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검사 사무를 총괄하는 검찰총장 위임을 통해서만 수사권 행사가 가능하다.
법무부 검찰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구체적인 수사권 행사 여부는 우선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무분장 규정에서 수사 임무를 명시했는지를 따져야 한다. 직제에도 없는 일을 맡은 임 연구관의 경우 사무분장에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총장 위임을 통한 수사권 행사가 가능하지만 대검은 임 연구관의 수사권 행사를 위한 직무대리 발령 요청을 거절한 상태다. 임 연구관 겸임발령도 대검은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수사권이 없는 사람이 수사하면 그 자체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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