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보증금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뒤 임대인을 속여 대출금을 떠맡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세입자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서부지법 형사 2단독 김호춘 판사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49)에게 징역 1년2월을 선고했다. 1억원 배상도 명령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앞서 2014년 5월 임대인인 B씨와 서울 성북구 소재 공동주택 1개 호실에 대해 2년간 전세 보증금 1억5000만원으로 계약하고, 2016년 7월 동일한 조건으로 갱신했다.
A씨는 2016년 12월 C보험사로부터 1억원을 대출받으면서 B씨가 갖고 있는 보증금 1억5000만원의 반환채권 중 1억2000만원에 대해 질권을 설정했다. B씨도 보험사의 질권 설정을 승낙했다.
질권을 설정하면 채무자가 돈을 갚을 때까지 채권자는 담보물을 가질 수 있고 갚지 않으면 그 담보물로 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다.
전세금을 질권으로 설정하면 채권자인 금융기관은 임대인을 통해 대출금을 임차인에게 빌려주고, 돈을 돌려 받을 때도 임대인을 통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임대인은 계약이 만료되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직접 돌려줘야 하지만 질권 설정액만큼은 임차인이 아닌 금융기관에 돌려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A씨는 이런 사실을 몰랐던 B씨를 속이려고 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2017년 5월 A씨는 B씨에게 연락해 “보증금을 돌려주면 내가 직접 C보험사에 대한 대출금 및 이자를 바로 상환하겠다”고 거짓말하고 모두 1억5000만원을 돌려받았다.
A씨는 이 돈으로 배우자의 사업자금, 카드 연체금 상환 및 생활비 등의 썼다. 아울러 대출금의 이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 사정이 나빠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A씨가 대출금을 갚지 않자 B씨는 대신 갚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C사는 서울보증보험에 보증금 반환채권을 1억원에 넘겼고, B씨는 대신 상환해야 했다.
재판부는 “A씨는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 받을 당시 편취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나 미필적으로나마 질권으로 담보된 대출채무 상당액(1억2000만원)에 대한 편취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A씨는 이 사건 전 아무런 범행 전력이 없다”면서도 “상당한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B씨가 입은 피해가 전혀 회복되지 못했고 용서받지도 못한 점, 재판 도중 도주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윤종 기자 hyj070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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