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트레블’ 도전 GS칼텍스
러츠·강소휘·이소영 ‘화력’ 위력적
‘월드스타’ 김연경 앞세운 흥국생명
PO 3경기 거치며 경기력 살아나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맞대결은 2020~2021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최고 흥행카드다. ‘월드스타’ 김연경(33)이 이끄는 스타군단 흥국생명이 시즌 초반 독주할 때 GS칼텍스가 이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호적수로 떠올랐고, 덕분에 두 팀이 맞붙을 때마다 팬들이 들썩였다.
다만, 시즌 중반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핵심 공격수 이재영과 주전 세터 이다영이 학교 폭력 파문에 휩싸이며 이탈한 뒤 흥국생명의 경기력이 급전직하한 탓이다. 김연경이 고군분투했지만 경기력은 나아질 줄 몰랐고, 결국 GS칼텍스에 정규리그 1위 자리까지 내줬다. 그래서 두 팀이 치르는 챔피언결정전에 대한 기대도 시들해졌다. 이대로라면 설사 흥국생명이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GS칼텍스를 극복하기 힘들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다. 흥국생명이 IBK기업은행과의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력을 되살려냈기 때문이다. 김연경의 원맨쇼로 1차전을 잡아낸 뒤 2차전을 내준 흥국생명은 앞선 경기에서 오른손 엄지를 다친 김연경의 부상 투혼 속에 24일 3차전에서 시즌 초반의 탄탄함을 되살려 끝내 승리했다. 어수선했던 팀 분위기 속에서 끝 모를 부진을 겪던 김미연(28), 김다솔(24), 이주아(21) 등 주전들이 활발함을 되찾았고, 시즌 중반 수혈된 외국인 공격수 브루나(22)도 함께 살아났다. 이렇게 흥국생명은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시즌 초반 같은 압도적인 스타군단의 위용은 사라졌지만 김연경이 이끌고, 좋은 롤 플레이어들이 뒤를 받치는 경쟁력 있는 팀이 비로소 완성됐다. 흥국생명으로서는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의 혈투가 헛된 일이 아니었던 셈이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도 경기 뒤 “3차전까지 오면서 시간과 체력을 잃었지만, 그만큼 경기력을 얻었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에이스 김연경도 “플레이오프를 통해 팀이 살아나서 챔피언결정전이 너무 기대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살아난 흥국생명 덕분에 배구팬들은 2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시작될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을 통해 뜨거운 ‘정상결전’을 지켜볼 수 있게 됐다. 물론 정규리그와 코보컵을 모두 따내며 여자부 사상 최초의 ‘트레블‘에 도전하는 GS칼텍스가 여전히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다.
플레이오프 기간 동안 휴식을 취한 덕분에 GS칼텍스는 러츠(26)-강소휘(24)-이소영(27) 삼각편대의 투지 넘치는 공격과 특유의 그물망 같은 수비력을 최상의 체력을 바탕으로 코트에 풀어낼 수 있는 조건이다. 리더 이소영의 지휘 아래 시즌 막판 정규리그 역전 우승을 일군 기세도 여전하다. 차상현 감독은 “정규리그와 같은 마음으로 챔피언결정전을 치를 것”이라면서 “팬들께 정말 멋진 승부를 보여드릴 자신이 있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제 궤도를 찾은 흥국생명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특히 풍부한 큰 경기 경험을 갖춘 김연경의 존재는 GS칼텍스에게는 위협적이다.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 선수들이 플레이오프 3차전과 같은 조직력을 또 한 번 보여줄 경우 김연경의 위력이 훨씬 배가돼 대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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