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출연 인물이 야당 보다 3.35배 많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시가 예산을 지원하는 TBS 교통방송 존폐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오가고 있다. 야권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를 두고 ‘친문 스피커’라며 정치 편향적인 방송에 서울시민의 세금을 계속 투입하는 것이 타당하냐고 지적한다. 반면 여권은 ‘방송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김씨의 어떤 발언들이 모여 TBS 방송의 객관성을 의심하게 만든 것일까.
◆ 윤미향, 미투, N번방 등 사회적 이슈마다 ‘정치적 배후설’ 제기
김씨는 이슈가 되는 사건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정치적 배후설’을 제기해왔다. 그는 지난해 5월 방송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을 비판한 것을 두고 “누군가 자신들 입장을 반영한 왜곡된 정보를 (이용수)할머니에게 드렸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기자회견문을)읽어보면 할머니가 쓰신 게 아닌 건 명백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할머니는 다른 인터뷰에서 “내가 썼는데 글씨가 꾸불꾸불해 이걸 보고 수양딸에게 그대로 써달라고 했다”며 김씨의 주장을 황당해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당시 “불명확한 사실을 주관적 추정으로 단정해 언급했다”고 뉴스공장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미투(#MeToo·나도당했다) 운동이 이어진 2018년 2월, 김씨는 자신의 팟캐스트 방송에서 “제가 예언을 할까 한다. (미투 운동을)공작의 사고방식으로 보면 첫째 섹스, 좋은 소재고 주목도 높다. 둘째 진보적 가치가 있다”며 “그러면 (미투)피해자들을 준비시켜 진보매체를 통해 등장시켜야겠다.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라고 사고가 돌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여성단체 등에서 논란이 일자 김씨는 뉴스공장에서 “미투 운동을 공작에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한 거지 미투 운동이 곧 공작이라고 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미성년자 성 착취 영상을 공유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관련해서도 김씨는 정치적 공작을 의심했다. 그는 당시 야당이 “N번방 연루자가 있다면 정계에서 완전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하자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데 (야당의 대응이)이상하다”며 “이 분야(공작)만 오랜 세월 파온 저로서는 이것은 정반대로 민주당에서 N번방 연루자가 나올 테니 정계에서 완전 퇴출시키는 이야기”라고 의미를 확대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공작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라며 “이(공작) 분야는 제가 전문가”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손석희 JTBC 대표이사의 공갈미수 사건에 대해서도 “배후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손석희가 없어지길 바라는 세력이 너무 많다”며 “그 중 1위는 삼성”이라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아킬레스건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라며 “영향력, 신뢰도 1위 JTBC가 이 사건을 다루면 굉장히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을 두고도 김씨는 “(북한군이)해상에서 사격을 하고 화장(火葬)을 한 것”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었다. 북한군의 비인도적 행위를 화장이라고 포장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대구를 중심으로 확산한 지난해 초에는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이자 신천지 사태”라고 말해 대구시민들의 비난을 받았다.
◆ 더불어민주당 인사 출연이 국민의힘의 3.35배 많아
김씨의 발언뿐 아니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섭외 대상도 친여 성향 인사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입시 의혹 당시인 2019년 10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는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가 직접 출연해 표창장 위조 및 인턴 허위 증명서 등 관련 의혹을 해명했다. 그 직전에는 조씨의 봉사활동을 목격했다는 7년 전 동양대 매점 근무자 A씨를 섭외해 “(조씨가)워낙에 예쁘게 생기고 활발해 안 볼 수 없었다”는 목격담을 전했다.
지난해 9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이 휴가 후 미복귀 했다는 특혜 의혹이 일자 뉴스공장은 카투사 동기라는 익명의 남성 B씨를 섭외했다. B씨는 김씨에게 “기억에 의존해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추 장관 아들은)십자인대가 이미 다친 상태로 입대했는데 그런 경우엔 오히려 군 입대 면제 사유다. 당시 해당 병가를 특혜로 이해했던 인원은 없었다”고 추 장관 측 주장을 옹호했다.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은 지난해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TBS 섭외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했다. 그는 “정당별 출연 횟수를 보면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3.35배”라며 “민주당 패널 출연회수는 2019년 111회에서 2020년 236회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년 동안 TBS의 방통위 규정 위반 28건 중 18건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라며 “유익함, 신뢰, 중립성 등 모든 분야에서 다른 프로그램과 비교해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사업소로 운영해온 TBS는 지난해 2월부터 서울시가 출연하는 재단법인으로 독립했다. 하지만 TBS는 올해도 서울시로 부터 약 375억원 예산을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TBS의 서울시 재정 의존도는 80%가 넘는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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