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쿠데타 후 군부의 유혈 진압 여파로 공무원과 은행 직원, 공장 및 항구 근로자들이 출근을 거부하는 등 항의 파업이 곳곳에서 진행 중인 미얀마에서 올해 빈곤층이 180만명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세계은행(WB) 자료를 인용, 미얀마 경제가 쿠데타와 유혈 진압의 여파로 붕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B에 따르면 인구 5400만명의 미얀마는 2019년 현재 1인당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1408달러(약 157만원)에 불과한 극빈국이다.
또 미얀마 인구 중 약 600만명이 하루에 3.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WSJ는 소개했다. 3.2달러는 우리 돈으로 채 4000원이 안 된다.
미얀마 어린이 4명 중 1명은 영양 부족으로 나이에 비해 체격이 작은데, 과거 수십년 이어진 군부 독재의 ‘재앙적인’ 경제 정책이 그 원인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군부가 2011년 민간 정부로 권력을 이양한 뒤에는 민주주의 정착에 따라 해외 투자 유입이 늘어나는 등 그나마 경제 사정이 나아졌다. WB에 따르면 빈곤율도 2010년 42.2%에서 2017년 24.8%로 크게 낮아졌다.
WSJ는 “올해 미얀마에서 하루 생활비가 3.2달러에 못 미치는 국민이 30% 늘어날 것으로 WB는 전망했다”며 “1년 사이 빈곤층이 180만명 늘어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얀마 GDP는 전년 대비 10% 줄어들 것으로 WB는 내다봤다.
미얀마에서는 현금을 찾으려고 은행 현금 입출금기(ATM) 앞에 길게 선 줄이 흔하다. 미얀마의 최대 민영은행인 KBZ는 직원들의 파업으로 50개 지점 가운데 14곳만 문을 열고 있다.
미얀마에서 반군부 운동을 지도하는 외과의사 자우와이 소에는 WSJ에 파업 중인 동료를 돕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몇몇은 땅을 팔고 있으며, 공장 노동자 다수는 시골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공장이 멈추는 바람에 국가 수출품의 약 25%를 차지하던 의류산업은 새 주문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달 15일부터 시작된 군부의 인터넷 제한도 금융과 음식업 등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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