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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국의 타국 재판권 면제 인정”…법원, 日정부 상대 2차 손배訴 각하

입력 : 2021-04-21 18:26:23 수정 : 2021-04-21 19: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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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습법 부정하면 日과 외교 충돌”
2015년 한·일 합의도 권리구제 역할
이용수 할머니 “황당… ICJ까지 갈것”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일본군에 끌려가 성폭력 등 온갖 고초를 겪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각하’ 판단을 받았다. 올 초 다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낸 소송을 맡은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피해자들 손을 들어준 것과 정반대 판결이다. ‘국가면제’(주권국의 타국 재판권 면제)에 대한 시각차가 엇갈린 판결로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민성철)는 21일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위안부 사건의 경우 국가면제 원칙이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을 상대로 유럽 여러 나라 피해자들이 낸 소송이 각하된 사례를 들었다. 재판부는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제외한 프랑스, 슬로베니아, 폴란드, 벨기에, 브라질 법원은 모두 독일에게 국가면제를 인정했다”며 “현재 국제관습법과 달리 일본에 대해 국가면제를 부정하면 판결 선고 및 그 이후의 강제집행 과정에서 일본과의 외교관계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5년 이뤄진 한·일 합의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권리구제 수단으로서 역할도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일 합의에는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반영할 수 없다”며 “비록 합의안에 대해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지는 않았지만, 피해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는 거쳤고 일부 피해자는 화해·치유재단에서 현금을 수령했다”고 말했다.

2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이용수 할머니가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각하 판단을 내리면서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피해 회복이 미흡한 점은 인정했다.

앞서 지난 1월 같은 법원 민사합의34부(당시 김정곤 부장판사)는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같은 취지로 제기한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국가가 반인권적 행위로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줬을 경우까지도 재판권이 면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국가면제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날 판결 결과를 보러 직접 법원에 온 이용수 할머니는 선고를 다 듣지 않고 법정을 떠났다. 이용수 할머니는 판결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너무 황당하다. 재판이 잘 나왔든 못 나왔든 간에 국제사법재판소까지 간다”며 계속해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희진·이정한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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